서울지부 회장 인터넷에 “헌화했다”…비난 댓글 잇따라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개척청년단이 최근 북한 혁명열사릉을 참관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 50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한 보수단체 고위간부도 방북 도중 김일성 주석 동상에 헌화·참배한 사실이 드러나 보수단체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은 재향군인회 서울지부 김병관 회장이 2002년 10월 통일교 신도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쓴 북한방문기가 뉴라이트를 표방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다시 게재되면서 시작됐다. 김 회장은 이 글에서 “북한 인민들에게는 이미 신격화돼 있는 동상 앞에 우리 일행도 헌화하고 기념촬영하는 의무 수순을 거쳤다”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게 정칙”이라고 썼다.
그러나 이 글이 옮겨진 다른 보수단체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김일성 동상에 헌화하는 사람이 어떻게 재향군인회 서울지부 회장이 됐는지 기가 막히다”, “재향군인회의 명예를 걸고 김병관을 자체 조사하고 제명을 의논해야 한다” 등의 비난성 댓글이 잇따랐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 회장은 재향군인회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올려 “버스 3대에 분승한 우리 일행이 갑자기 김일성 동상 앞에 멎었고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이 조그마한 꽃다발을 준비한 것 같았은데 박 사장이 대표로 동상 앞에 놓은 후에 맨 앞에서 ‘인사’라고 들릴락말락한 구호를 했다”며 “맨 뒤에서 이 괴이쩍은 광경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을 뿐이고 목례도 않은 상태에서 그 자리를 도망치듯 나왔다”고 밝혔다.
이처럼 보수단체의 간부가 김일성 주석 동상에 헌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양대 노총에 대한 보수진영의 비난이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방북 인구가 8만명인 시대에 북쪽의 ‘성지’에 참배하는 행위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반체제 행위로 비난하고 단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북한의 정치 기념물과 체제 상징물을 보고 관람하는 것은 이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예의 차원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조기원 기자 hongbyul@hani.co.kr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방북 인구가 8만명인 시대에 북쪽의 ‘성지’에 참배하는 행위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반체제 행위로 비난하고 단죄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북한의 정치 기념물과 체제 상징물을 보고 관람하는 것은 이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예의 차원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조기원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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