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노동자와 농민,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비를 맞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역·시청 등 5만여명 운집
한-미 자유무역협정 2차 협상 사흘째인 12일, 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수도권에 내린 큰비 속에서도 강행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대책본부’(범국본) 소속 회원 2만6천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시청 앞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고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범국본 소속 단체들은 오후 2시부터 서울역 광장과 서울시청 앞 등에서 부문별 집회를 연 뒤 범국민대회에 합류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는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청 앞에서 집회를 시작한 범국본 쪽은 ‘인간 띠잇기’ 행사를 하러 청와대 쪽으로 이동하다 교보문고 앞길에서 경찰에게 저지당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쐈고, 참가자들은 대나무 막대와 흙덩이로 맞섰다. 이 때문에 집회 참가자 30여명이 머리 등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 저지선을 넘어 경복궁역 네거리까지 진출했으나 다시 저지당했고, 저녁 8시께 뒤따라온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정리집회를 열고 해산했다.
경찰은 전·의경 203개 중대 2만여명을 동원해 시청 앞에서 광화문 쪽으로 향하는 도로를 비롯해 안국동 네거리, 경복궁역 네거리, 삼청동 입구 등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을 완전히 차단했다. 또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3호선 안국역·경복궁역의 지하철 정차를 막고 출입을 통제해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부문별 집회가 벌어진 이날 낮부터 시내로 향하는 차량들의 검문·검색을 강화해 대나무 막대 70여개와 차전놀이 도구 8개를 압수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의 협상장인 서울 신라호텔 앞에서는 이병천 강원대 교수와 홍세화 <한겨레> 시민편집인의 1인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은 앞서 이틀 동안 1인 시위마저 원천봉쇄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1인 시위를 허용했다. 그러나 청계광장에 모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학생 등 1천여명의 신라호텔 접근은 저지했다. 또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 노조와 코오롱 노조 등 장기투쟁 사업장 노조원 40여명은 광화문 일민미술관 옥상에 올라가 “신자유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종관)는 청와대 부근 집회를 금지한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범국본이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수만명의 참가자가 광화문 일대에서 일시에 집회를 연다면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예견된다”며 “집행정지를 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혜정 고나무 기자, 김도원 이용주 인턴기자 zesty@hani.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농민, 노동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대회를 연 뒤, 청와대 주변을 에워싸는 ‘인간 띠잇기’ 행사를 벌이기 위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내자동 앞 도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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