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당선한 황라열(서울대 종교학 4년)씨가 다시 언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선거운동당시, 학력 및 경력을 허위기재하고 성인오락기 제조업체와의 5천만원 기부금 약정설 등 진위문제로 갈등을 빚고있다. 고려대 의예과 ‘입학’이 아닌 ‘합격’, <한겨레21> 수습기자경력이 실제로 없음에도, 버젓이 경력란에 기재하여 서울대 학생들을 기만했다고 한다. 황씨는 서울대 홈페이지와 교내언론을 통해 학생들에게 사과했지만, ‘탄핵’이야기까지도 심심찮게 들린다.
인디밴드, 삐끼 등 서울대 학생치고 나름대로 특이한 경력을 가진 황씨는, 한총련 탈퇴 등 탈정치성을 표방하여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고있다. 요즘 대학생들의 마인드를 잘 읽고 공략하여 당선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그것도 한국사회 학벌권력의 정점에 서있는 최고대학에서 이같은 허위가 일어났다는 것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그만큼 서울대는 영향력과 파급력에 있어서 타대학보다 월등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허위는 타대학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두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서울대 총학생회의 ‘탈정치성 표방’ 문제다. 학생회는 학생들이 모여 이뤄진 집단이고, 엄연히 정치성을 갖는 단체다. 정치성을 갖는 단체가 정치성을 표방하지 않겠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되지 않는 주장이다. 한총련 탈퇴하며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일부 거대언론기업들은 이를 찬양했다고도 하는데, 정치적 단체인 총학생회가 정치성을 갖지 않겠다는 것은 자체모순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서울대 총학의 한총련 탈퇴선언을 문제삼는것이 아니다. 분명한 정치적 단체인 서울대총학생회의 탈정치성 표방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적의 목적은, 일부 대학생들의 정치의식 형성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게하기위해서이다. 한마디로, 정치단체가 정치성에서 벗어날수도 있다는 왜곡된 의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 학생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고, 복지면에서 세심히 신경쓰는 서울대 총학생회가 되고 싶었다면, 탈정치성을 표방하지 않았어야 했다. 반북,친미가 싫었다면, 사회적 관점에서의 정치성을 내세웠어야 했다. 간단히말해, 대안없는 무조건적 탈정치는 모순이라는 것이다.
다음, 이미 언론에서 문제삼았던 황씨의 허위다. 헛된 공약으로 당선하려했던 구태의 정치문화와 다를게 없다. 유권자를 기만하고 자극적인 몇마디로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이제는 한국정치문화에서 추방해야할 악습임이 분명하다. 진리를 얘기하는 대학에까지 이러한 문화가 살아있다는 것은 한국의 미래 모습이 뻔하다는 것을 짐작케한다. 신성한 대학의 전당에서, 학생의 대표자를 자청하여 나온 사람이 허위로써 이(利)만을 챙기려 했다면 지적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소속대학 학생들의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황씨의 훗날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맹자가 양(梁) 혜왕에게 했던 말로 끝을 갈음한다.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 (“왕께서는 하필 이익만을 말씀하십니까? 단지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맹자가 양(梁) 혜왕에게 했던 말로 끝을 갈음한다.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 (“왕께서는 하필 이익만을 말씀하십니까? 단지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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