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지방선거 때문에…지자체 축제도 ‘된서리’

등록 2006-04-12 10:21

시식회, 셔틀버스 등 선거법 위반으로 불가

오는 15일부터 엿새동안 경북 경주에서 펼쳐지는 `경주 한국의 술과 떡잔치 2006' 행사에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술 이름 알아맞히기' 행사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지역별 고유 술을 맛보게 한 뒤 술 이름을 맞힌 참가자에게 술 한 병을 상품으로 주는 이 행사가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행위로 해석돼 선거법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각 지역 문화예술 행사 뿐 아니라 지자체별 축제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때문에 `된서리'를 맞고 있다.

축제 기념품이나 관광객 편의를 위한 셔틀버스 운행 등 무료로 제공되는 물품이나 서비스가 지자체장의 선심성 행위나 기부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지자체들이 관련 행사를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경주 술과 떡잔치에는 `술 이름 알아맞히기' 뿐 아니라 `992 술잔' 이벤트도 축제 행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 이벤트는 신라왕조 56명의 왕과 992년의 신라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56가지의 술을 992개의 술잔에 담아 관람객들에게 맛보게 하고 기념으로 술잔 하나씩을 나눠주는 것으로 `술잔 증정'이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것.


경주시청 축제 관계자는 "선거법 때문에 작은 기념품 하나도 함부로 주지 못하게 하니 축제 기획 단계에서부터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면서 "축제는 말 그대로 흥겨워야 하는데 선거법 때문에 여러 재밌는 행사를 하지 못하게 돼서 아쉽다"고 말했다.

오는 14일과 16일 각각 개막하는 경북 영덕 대게축제와 대구 비슬산 참꽃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게축제 관계자는 "영덕군 선관위로부터 해마다 축제 방문객을 대상으로 마련해온 무료 대게 시식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에 따라 영덕군 대신 강구애향청년회 주최로 소규모 시식회를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슬산 참꽃제를 개최하는 대구 달성군도 해마다 행사장 인근에 임시주차장을 개설하고 전세버스를 빌려 행사장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해왔지만 올해는 이것이 지자체장의 `선심성 행정'이라며 선거법 위반 통보를 받았다.

달성군은 고심 끝에 셔틀버스 운행 주체를 달성군이 아닌 달성문화원으로 바꿔 선관위에 질의했더니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아 가까스로 운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지자체별 애로사항에 대해 불법 행위를 근절하려는 선관위의 의도는 공감하지만 이 때문에 축제의 재미와 맛이 떨어지거나 주민 참여가 줄어들진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사원 권모(27)씨는 "선거법 취지는 이해하지만 다함께 즐기고 흥겨워야 할 축제가 자칫 선거법 때문에 재미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법 적용에 융통성을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일부터 9일까지 울진 대게축제를 개최한 경북 울진군 관계자도 "이번 축제에는 선거법 때문에 읍.면지역 셔틀버스 운행이 금지되고 주민들에게 국밥 한그릇씩 대접하던 것도 없어져 삭막한 감이 컸다"면서 "이 때문에 올해 축제에는 다른 해에 비해 지역 주민들의 방문이 많이 줄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주영 기자 nanna@yna.co.kr (대구=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1.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윤석열 체포 저지’ 경호처장 12시간째 조사…경찰, 긴급체포할까 2.

‘윤석열 체포 저지’ 경호처장 12시간째 조사…경찰, 긴급체포할까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3.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4.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경찰, 윤석열 체포 작전 광역수사단 지휘관 회의 5.

경찰, 윤석열 체포 작전 광역수사단 지휘관 회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