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악원이 ‘가해자 인권’을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분리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엔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근무 장소 변경 등의 조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2월 말 국립국악원 국악연주단 단원 ㄱ씨는 상사였던 악장 ㄴ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내부 담당 기관에 신고했다. 이에 국악원은 외부 공인노무사에게 사건 조사를 의뢰해 나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충심의위원회를 열고 ㄴ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국악원은 같은 해 5월17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ㄴ씨에게 악장 면직 및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해당 예술단은 예술감독, 악장, 총무, 평단원으로 위계가 나뉜다.
문제는 국악원이 ‘분리 조치해 달라’는 피해자 의사에 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조산했던 ㄱ씨가 같은해 12월 복직하자 국악원 쪽은 ‘가해자도 인권이 있다’며 ㄱ씨에게 가해자를 피해 다른 층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했다. ㄱ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뒤에야 ㄴ씨를 이동시켰지만, 이후에도 ㄴ씨와 연습장을 함께 써야하는 등 분리조치가 미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ㄱ씨 항의에도 국악원 쪽은 가해자와 관계 개선을 해보라는 등의 말을 하며 ㄱ씨에게 ‘가해자 배려’를 요구했다고 한다. ㄱ씨는 한겨레에 “피해자에게 배려만 요구하는 등 국악단이 가해자 중심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국악원은 “ㄱ씨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직하면서 현실적으로 공간 분리를 위한 공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조치를 하려 노력하던 중 가해자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지, 피해자 인권보다 우선시된다거나 가해자 인권 때문에 공간 분리를 못 해준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에서 분리를 언제까지 해야 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