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눈으로 보이는 것도 재미있고, 생각이 정리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해요.”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뜨개용품점 ‘바늘이야기’ 2층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임다운(32)씨는 최근 다시 뜨개질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4개월 전부턴 직장동료 6명과 점심시간을 쪼개 뜨개질을 하는 모임까지 만들었다. 임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종종 해왔지만, 최근엔 더 본격적으로 뜨개질을 하게 됐다”며 “같은 도안이라도 색이나 모양을 변형해 나만의 옷을 만드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어 계속하게 된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방콕’ 취미로 부상한 뜨개질이 20·30세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엔데믹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뜨개질의 매력으로 꼽는 사람들은 직장 동료·연인과 취미를 공유하며 각종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그동안 50·60세대가 주 고객이었던 뜨개용품점에는 최근 20·30세대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바늘이야기 1·2층 매장은 평일 오후인데도 20·30세대 고객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1년째 바늘이야기에서 근무 중인 김예원(23)씨는 “용품을 사 뜨개질을 할 수 있는 2층 카페는 원래 주말에만 붐볐는데, 최근에는 평일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고 했다.
2층에 모인 약 20명의 20·30세대 고객들은 친구·연인과 함께 유튜브를 보거나 서로 뜨개질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몰입’과 ‘성취’가 뜨개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6개월 전부터 퇴근 후에도 자기 전 1∼2시간씩 뜨개질을 하게 됐다는 직장인 이의정(27)씨는 “유튜브에서 뜨개질 영상을 보다가 어렸을 때 추억이 생각나 시작하게 됐다”며 “결과가 눈에 보이고, 하루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면 마음 편히 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구 4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전은(21)씨는 “묘하게 중독되고 몰두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며 “친구들도 요즘 유행인 거 같다며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서한별(22)씨는 “그동안 혼자 뜨개질을 해왔는데, 남자친구와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 뜨개질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20·30세대 사이에서 뜨개질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건 코로나로 야외활동이 제한되며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바늘이야기의 온라인 판매 통계를 보면, 지난 2018년 전체 매출의 33.4%에 불과했던 20·30세대 지출액 비중은 2020년 54.3%, 2022년 51.5%로 과반을 넘겼다. 바늘이야기 관계자는 “2020년 20·30세대 매출이 크게 늘고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간단한 도구로 어디서든 잡생각을 없앨 수 있는 취미라 특히 각광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는 “남는 게 없는 멍때리기와 같은 휴식 활동과 달리 뜨개질은 손에 쥐어지는 결과가 있어 한시도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취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성품이 아닌 직접 만든 물건을 통해 최대한 소비를 지양하는 대안적인 소비문화의 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