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수형자(형집행을 받은 기결수)의 ‘변호사 접견’을 불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에 따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형집행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개정안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10월 헌법재판소는 수형자가 접촉 차단시설이 없는 곳에서 변호사 접견(월4회, 회당 60분)을 하기 위해서는 소송계속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야했던 옛 형집행법 시행규칙 29조2의 1항 2호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사건 청구인인 ㄱ변호사는 재심을 준비하는 수형자를 만나기 위해 변호사 접견을 신청했는데, 형집행법 시행규칙 때문에 이를 거부당했고 결국 접촉 차단시설이 설치된 장소에서 30분 이내의 ‘일반접견’을 해야했다. 이에 ㄱ변호사는 “재심 청구 전에는 변호사 접견이 허용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재는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하며 “변호사와의 상담이 가장 필요한 (소송 준비 등) 시기에 소송 계속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호사 접견을 금지하고 있어 수형자와의 접견을 통한 변호사의 직무수행에 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 담긴 변호사 접견신청서. 법제처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6일 한겨레 확인 결과, 법무부는 지난 22일 위헌 조항을 삭제하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뒤늦게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법무부 개정안은 향후 예상되는 소송 준비를 위한 변호사 접견을 ‘재심’과 ‘상소권 회복’(상소권자의 잘못 없이 상소기간이 지날 경우 법원이 상소권을 회복해주는 것)의 경우로 한정했다. 이는 2021년 헌재 결정 이전인 2019년 10월 법무부가 시행규칙의 상위법령인 형집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심과 상소권 회복을 준비하는 경우 수형자의 변호사 접견이 가능토록 한 것을 반영한 수준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사무차장을 지낸 조영관 변호사는 “헌재 결정은 종류와 무관하게 소송 준비를 위한 변호사의 접견권을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수형자도 민사사건이나 이혼 등 가사소송, 과밀수용 등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데 예외적인 두가지 형태의 소송에 한정해 변호사 접견을 허용하는 것은 헌재 결정 취지와 다르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헌재 결정 취지를 감안하여 소송계속 사실 소명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조항을 삭제”한 것이라며 “2022년에도 헌재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있었다. 당시 헌재는 상소권 회복 및 재심 청구 사건의 경우와 일반 민사·행정 사건을 구분하면서 소송제기 의사가 진지하지 않는 수용자의 악용 우려 등을 감안해 양자를 달리 취급하여야 한다고 명백히 판시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헌재는 2022년 해당 헌법소원 심판에서 인용 5명, 기각 4명의 의견으로 사건을 기각했다.
법무부는 내부지침으로만 존재했던 미결수 전화통화 허용 횟수를 형집행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월 2회’로 명문화했다. 다만 그 횟수는 지난해 6월 법무부가 수형자의 ‘전화 사용 개선안’을 발표하면 “미결수에게 주 2회 통화를 보장하겠다”고 했던 것보단 횟수가 줄었다. 기존에 최대 월 5차례로 제한됐던 수형자의 전화통화 허용 횟수는 20차례까지 늘었다.
이밖에 이번 개정안에는 법무부장관이 고위험군 수형자에 대한 개별처우계획을 수립·조정하기 위해 이들의 개별적 특성을 분석하고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는 ‘정밀분류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됐다. 교화 필요성이 높은 소년수용자 의류를 성인수용자와 달리 법무부 장관이 정할 수 있게 하여 소년 교화에 최적화된 교육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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