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에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진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 26일 화마의 흔적이 남아있다. 연합뉴스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30대 남성 2명의 사인이 각각 추락사와 연기 흡입에 따른 화재사로 보인다는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30대 남성 2명의 주검을 부검한 결과, 지난 25일 새벽 4층에서 아이를 안고 떨어져 숨진 박아무개(32)씨의 직접 사인은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1차 구두 소견이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추락하면서 신체에 가해진 큰 충격이 사인이 됐다는 의미다.
박씨는 당시 7개월 된 딸을 안고 4층 높이에서 떨어졌지만, 맨 바닥에 떨어지면서 딸만 살린 채 끝내 숨졌다. 박씨가 뛰어내리기 전, 재활용 쓰레기 마대자루 등에 던진 두살배기 첫째와 직접 포대 위에 뛰어내린 아내는 목숨을 구했다.
현장에 있던 경비원은 “경비원들 넷이서 큰 마대자루를 잡고 딸 포함해 5명을 살렸는데, (숨진) 아저씨가 너무 급했는지 마대자루가 없는 쪽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아파트 11층 계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임아무개(38)씨의 사인은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라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임씨는 가족을 대피시킨 뒤 마지막에 빠져나오다가 계단에서 심정지인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조직, 독극물 검사 등을 진행해 최종 사인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 등을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정봉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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