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 신군부가 1979년 12월12일 주도한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천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학생 단체 관람을 비판하며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인 보수단체가 학교장까지 고발하자 교육계가 “역사적 사실을 정쟁으로 몰아 교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자유대한호국단은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한 서울 용산구의 한 고교 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19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영화 단체관람은 ‘학교 밖의 교육영역 차원’이며 학교 밖에서는 부모의 교육권이 학교와 교사의 교육권보다 우선된다며, 학교장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해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가세연과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 13일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한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좌빨(좌익빨갱이) 역사 왜곡 영화 ‘서울의 봄’ 관객 수 조작 증거”라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부 초등학교는 단체 관람을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교사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16일 성명을 내고 “극우적 역사 인식을 관철하기 위해 교사의 교육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는데 가세연과 자유대한호국단은 실천교육교사모임 간부를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자신들을 ‘극우단체’라고 지칭했다는 이유에서다.
교육계에서는 내부 구성원 협의를 통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해 진행한 외부 체험활동을 두고 시위·고발까지 이어지는 것은 명백한 교권 침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서울의 봄’이 다룬 12·12 군사 반란은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로, 이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이 자기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학교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17일 대검찰청 간부들과 함께 ‘서울의 봄’을 관람한 뒤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으로 어렵게 이룩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7일 이원석 검찰총장(가운데)이 성상헌 기획조정부장, 박혁수 대변인, 장준호 정책기획과장 및 대검찰청 연구관들과 영화 ‘서울의 봄' 을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연합뉴스
전교조는 가세연 등에 “역사적 사실을 정쟁으로 비화하려는 의도를 당장 멈추라”며 “쓸데없는 고발로 국가행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선택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당부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번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심각한 교권 침해로 보고 교육청 단위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은 20일까지 누적관객수 931만9천여명을 기록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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