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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트위치 철수로 ‘실직자’된 스트리머들 “일터인데…”

등록 2023-12-18 06:00수정 2023-12-18 08:51

트위치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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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얼균님!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는데요?”

지난 6일 아침 인터넷방송 플랫폼 트위치(Twitch)에서 ‘끼얼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스트리머 박건영(33)씨는 연신 울리는 알람에 잠이 깼다. 비몽사몽으로 확인한 트위치 채널은 혼돈 상태였다. 이젠 방송을 볼 수 없냐는 시청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한 뒤 트위치에서 처음으로 방송을 시작한 박씨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박씨에게 트위치 채널은 20∼30대 청춘을 바친 공간이었다. “지난 5년간 이 일만 바라보고 하루 평균 9∼10시간씩 방송을 준비·진행하며 ‘올인’했어요. 트위치 철수는 단순한 플랫폼 문제가 아닌 생계 문제에요. 하루아침에 직장이 사라져 버린 거에요.”

지난 5일(현지시각) 아마존닷컴 계열 글로벌 인터넷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트위치 스트리머들은 길게는 10년 가까운 시간과 돈을 투자한 채널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다. ‘망 사용료’가 철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논쟁도 재점화하고 있다.

스트리머들은 방송이 부업이나 취미생활이 아닌 엄연한 하나의 직장이라고 했다. 8년 차 스트리머 김아무개(34)씨는 “지금까지 일주일에 6일, 하루 7∼8시간 방송을 해왔는데, 취미로 방송을 이렇게 오래 하는 사람은 없다. 스트리머들에게는 일자리 자체를 잃은 것”이라고 했다. 5년간 트위치에서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일상·여행채널을 운영해 온 이지은(37)씨는 “국내 여행 콘텐츠에 200만∼300만원, 해외여행 콘텐츠를 찍기 위해 2600만원가량을 투자해본 적도 있다. 콘텐츠 비용을 많이 들여 지금까지 모은 돈도 거의 없을 만큼 투자를 했다”며 “가족을 부양하는 스트리머들의 경우 생계 문제까지 될 수 있다”고 했다.

스트리머들은 일단 네이버 ‘치지직’이나 아프리카티브이 등 국내 인터넷방송 플랫폼으로 옮겨갈 생각이지만, 플랫폼간 수수료와 특성 차이로 인해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플랫폼별 특성이 달라 스트리머들은 어떤 플랫폼에서 방송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각) 댄 클랜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트위치 생중계를 통해 “내년 2월27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지난 5일(현지시각) 댄 클랜시 최고경영자가 직접 트위치 생중계를 통해 “내년 2월27일 한국에서 서비스를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8년차 스트리머로 비주류 게임 방송을 많이 했던 우유양(활동명)은 “트위치는 외국 스트리머와의 교류도 많아 새롭고 신선한 게임 방송들을 많이 하는 특성이 있다. 시청자들도 인디게임과 같은 비주류 게임 콘텐츠에 호응이 높다”며 “트위치에 비해 국내 플랫폼들이 수수료가 높아 수익이 20%가량 줄어드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해외 시청자가 90%에 달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해외 비자를 얻어 해외에서 트위치 방송을 하는 것도 고려해보고 있다”며 “구독자들과 인간적인 유대관계가 있어 가족이 해체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트위치가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철수 이유를 밝히면서,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2020년 4월 넷플릭스도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가입자에게 요금을 받으면서 콘텐츠사업자에게도 높은 망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망 중립성’ 위반이라며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3년 넘게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양쪽이 지난 9월 소송을 취하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관련 논쟁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트위치 사태로 다시 논란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트위치는 내년 2월27일 한국 사업을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다. 트위치 쪽은 “스트리머들과 커뮤니티에 아프리카티브이, 유튜브 등과 같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인지 하고 있다”며 “스트리머들이 타 플랫폼으로 안전히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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