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아동단체에 매달 3만원씩 기부해온 직장인 최아무개(34)씨는 내년에도 단체에 기부를 계속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씨는 10일 “기부한 돈에서 정확히 얼마큼 아이들에게 지원되는지 알기 어려워 찜찜한 마음이 있다”며 “어려운 아이들에게 직접 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지역아동센터 쪽을 개인적으로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 취약계층 등을 위한 모금 운동이 가장 활발한 연말,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직접 기부가 쉬워진데다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 등이 겹치면서 최씨처럼 ‘대상자에게 직접 기부하겠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한계와 범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기부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가 나온다.
직접 기부는 최근 몇년 새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아름다운재단이 펴낸 ‘한국의 기부방식 변화에 대한 연구’를 보면, ‘피투피’(P2P·개인 간 거래)를 통한 기부금 규모는 2016년 1억9천만원에서 2020년 13억6700만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거리모금이나 대면·지로 방식의 모금처럼 전통 방식의 모금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재단 연구진은 “피투피 기부가 급증한 것은 당시 코로나19 재난 구호를 위한 모금이 활발히 진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이런 모금 방식은 과거보다 대상자가 에스엔에스로 직접 소통이 쉬워진 환경에서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다.
직접 기부에 대한 선호는 기부단체 쪽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단체 관계자는 “미디어로 모금을 받는 사연을 접한 시민들이 직접 후원을 하고 싶다고 단체로 연락이 많이 온다”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가정 등에 대한 직접 연결은 대상자의 안전 등의 이유로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기부단체 후원 비추요. 직접 보육원에 물품으로 줍니다’, ‘중간에서 다 떼먹고 아이들에게 조금 간답니다’ 등의 얘기가 수시로 올라온다. 실제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기부한 적 없다’고 한 응답자 76.3%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46.5%), ‘기부에 관심이 없다’(35.2%)에 이어 세번째 이유로 ‘기부단체 등 불신’(10.9%)을 꼽았다. 기부금품법상 모집 기부금에 따른 운영비 사용 한도는 15%로 제한돼 있지만,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직접 기부에도 한계가 있다. 현행 기부금품법상 1천만원이 넘는 개인 기부금은 사전 신고 대상이라, 무분별하게 개인이 모금해선 안 된다. ‘검증되지 않은’ 기부 대상자들 때문에 기부자들이 사기 피해자로 둔갑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택배견 경태’로 유명한 강아지의 수술비를 요구해 6억원을 챙긴 택배 기사는 결국 기부금품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항소심까지 실형을 받은 상태다.
기부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단체들이 질적인 투명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내 단체들은 공익사업에 대한 기부금 지출 내용을 공시하게 돼 있다. 장윤주 아름다운재단 연구원은 “단체들도 모금 계획과 사용 후 내용을 빠르게 보고해 기부자들의 불신에 대응해야 한다”며 “기부금으로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는지도 추적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현희 한국가이드스타 선임연구원도 “기부단체 운영이 지속가능하려면 정당한 급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면서도 “미국 후원재단 경영진 등이 급여를 공개하는 것처럼 국내도 임직원 급여를 공시하면 단체 운영의 투명성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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