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대구 수성구 대륜고등학교 시험장에서 한 수험생이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수능에서 자녀의 부정행위를 적발한 감독관을 찾아가 ‘내가 변호사인데 네 인생도 망가뜨려 주겠다’며 폭언한 경찰대 출신 유명 학원강사(변호사)가 폭언과 파면 촉구 1인시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자녀의 수능 부정행위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강사를 이번주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경찰 공무원 학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ㄱ씨는 27일 자신의 인터넷 카페에 입장문을 올리고 “죄송하고 염치없다”며 “모든 분들께 피해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경찰대를 졸업한 ㄱ씨는 지난 2007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현재는 경찰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스타강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앞서 ㄱ씨 자녀는 수능 당일 종료 벨이 울린 뒤에도 답안지에 마킹을 하려고 했다가 감독관에게 적발됐고, 감독관 3명의 진술이 일치해 부정행위자로 처리됐다. ㄱ씨 부부는 다음날 감독관 중 한명인 ㄴ교사의 학교로 각각 찾아가 자녀가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서울교사노조는 당시 ㄱ씨가 ㄴ교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변호사이며, 우리 아이 인생을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망가뜨려 주겠다’는 취지로 폭언했다고 주장했다. ㄱ씨의 아내는 지난 21일 학교 앞에서 수능 감독관을 맡은 ㄴ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1인 피켓시위까지 벌였다.
ㄱ씨는 아내의 1인 시위에 대해서 “전직 대통령님이나 정치인들이 하는 것이라 괜찮다고 생각해 집에 있는 박스 뒷면에 글을 써서 대략 30분 정도 했다”며 ”이 부분이 해당 선생님을 많이 놀라게 한 것 같아 다시 한번 죄송하고, 저도 말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도 너무 죄송하다”고 적었다. 자신의 폭언에 대해서도 “변호사 신분을 노출한 것은 ‘고의’와 ‘과실’을 구분해서 설명하기 위해 꺼낸 단어이지 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생님께서 놀라셨는지 ‘협박하시는 것이냐’고 하셨고 ‘그런 게 아니고 자식 문제이므로 끝까지 다툴 수밖에 없다’고 (말)했던 부분이 와전된 것 같다. 이 부분은 백번 양보해도 제 잘못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이 ㄱ씨의 이러한 행위가 ‘협박’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너무 과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ㄱ씨는 ㄴ교사의 근무지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됐다고 설명하며, 경찰 출신인 ㄱ씨가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획득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을 반박했다. ㄱ씨는 “감독관 선생님의 이름을 제 딸이 명찰을 보고 기억했다. 그래서 인근 중학교나 고등학교 선생님일 것이라 생각했고, 학교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해당 선생님의 글이 있었고, 그곳에 전화를 했더니 ‘전근 가셨다’고 했다”며 “그다음 (관할) 교육청에 나와 있는 전화번호를 (통해) 해당 중학교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ㄴ교사가 계시냐고 물었고, (그쪽에서) 계시다고 알려줬다”고 해명했다. ㄱ씨는 “혹시 경찰관이나 공무원이 내부적으로 알려줬을까 의심하시는 분도 있는 것 같다”며 “짧은 시간 내에 내부 정보를 통해서 알아냈다고 하는 것은 억측”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ㄱ씨는 자녀가 수능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ㄱ씨는 “저희 아이는 종료령 후에 답안을 작성한 일이 없다. 주위 학생 3명이 종료령 중에 감독관이 손을 쳤다고 진술했고, (해당 내용을) 이미 교육부 부정행위 심의위원회에 내용증명으로 보냈다”며 “종료령 후에 필기구를 내려놓는 동작을 감독 선생님이 오인해서 쳤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해당 답안지를 육안으로 확인해도 선생님이 손을 쳐서 옆에 그은 자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확인이 어려우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확인해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라고도 했다. ㄱ씨는 “저희 아이는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해서 서울대에 합격할 점수를 받았다”며 “한번의 실수로 인생이 바뀐다 하니 매일 울고 있다. 반론보도를 내고 싶었지만, 부모된 마음으로 자녀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내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ㄱ씨를 이번주 안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박성민 교육부 대변인은 “피고발인 될 분이 입장을 냈다고 하는데, 고발이 되면 수사가 이뤄질 것이고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수능 감독을 한 교사를 찾아내 1인 시위를 한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 사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함께 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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