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이 28일 저녁 구속 수감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leej@hani.co.kr
검찰,“수사 배경 없다”면서도 “의혹은 규명해야”
김재록씨 사건 수사 내용 브리핑을 맡고 있는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28일 매우 이례적인 브리핑을 했다. 전체 브리핑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이번 수사 착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한 것이다. 채 기획관은 “수사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면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번 수사를 놓고 각종 ‘설’이 나돌고 있다. 이는 김재록씨의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시작된 검찰 수사가 난데없이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수사로 방향을 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치적 의도나 다른 배경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0월께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두 야당 의원들과 관련된 첩보를 넘겨받아 내사하는 과정에서 김재록씨의 혐의가 발견돼 수사가 시작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1월 김씨를 1차 체포했다가 풀어준 뒤 2개월 동안 김씨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김씨에 대한 여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를 곧바로 구속하지 않고 더욱 폭넓게 내사를 진행했다. 김씨를 확실하게 손보기 위한 조처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 내부의 제보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다고 한다. 채 기획관은 “수사 보안상 현대차 비자금 부분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라며 “현대차 쪽이 내사 대상임을 알고 있다면 수사팀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고, 이 경우 수사 보안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전적으로 수사팀에서 판단해 검찰 수뇌부의 결정을 받아낸 것이지, 윗선의 지시에 의한 수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재계와 금융계에서는 이번 수사의 배경을 놓고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참여정부가 ‘상생경영’을 강조하는 마당에 환율 하락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강제로 낮추는 등 협력업체들을 쥐어짜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면서도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의혹은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강조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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