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에스엠(SM) 시세조종’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검찰은 전날 카카오 본사와 함께 이 드라마 제작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박건영)는 전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직원 사무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별도 사무 공간을 압수수색하면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23일 한겨레 취재결과 확인됐다.
당초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시세조종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범죄 혐의도 수사 중이다. 인수 당시 바람픽쳐스는 3년간 매출을 내지 못해 자본잠식 상태였던 이른바 ‘깡통 회사’였는데, 카카오가 이 회사를 400억원에 사들였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바람픽처스 인수 과정과 연관된) 혐의가 어제 압수수색 혐의 중 일부인 건 맞는다”며 “주로 카카오의 에스엠 불법 시세조종 혐의에 초점이 맞춰져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로부터 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법 시세조종에 관여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김 센터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 모두 6명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 2월 에스엠엔터 인수전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투입해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대표(구속)와 카카오 법인을 같은 혐의로 13일 기소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오전 7시에 열린 4차 공동체 비상경영회의의 모습. 홍은택 카카오 대표(맨 왼쪽)와 김범수 창업자(가운데)의 모습이 보인다. 카카오 제공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에스엠 시세조종’,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외에도 카카오가 2018년 구축한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KLAY)’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 센터장은 이와 관련한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라면서도 “(카카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선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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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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