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남성이 어린아이가 던진 돌에 맞아 숨진 가운데 유족이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억울한 심경을 밝혔다. 유족은 가해자 쪽의 사과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노원경찰서와 강북소방서 설명을 종합하면, 70대 남성인 ㄱ씨는 지난 17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부인을 부축하며 함께 걷다가 10층 이상 높이에서 떨어진 돌을 맞고 숨졌다. 당시 ㄱ씨는 다리가 불편한 부인을 뒤에서 부축하며 아파트 공동 출입구 계단을 오르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ㄱ씨를 발견했을 때 ㄱ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돌은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한 크기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10살 미만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현장에는 같은 학교 친구 사이인 또 다른 학생도 함께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학생이 아파트 복도 방화문 밑에 받쳐 놓은 돌을 집어 던진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ㄱ씨 유족은 아직 가해자 쪽의 사과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의 아들은 18일 문화방송(MBC)에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애 부모를 탓해야 할지, 그 애를 탓해야 할지, 세상을 탓해야 할지”라며 “너무 억울하고 황망하다”고 말했다. ㄱ씨 손자도 같은 날 엠비엔(MBN)에 “(지병을) 앓고 있다가 돌아가신 것도 아니고 돌 던진 것 한번에 (돌아가셨다)”며 “허무하다”고 말했다. ‘사과를 받았냐’는 물음에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해당 학생들은 만 10살 이상~14살 미만의 촉법소년에도 해당하지 않는 만 10살 미만의 미성년자들이다. 촉법소년은 징역·금고·벌금 등의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대신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받는다. 이보다 어린 경우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다만 법정대리인이자 보호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은 두 학생과 보호자들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2015년 10월 경기 용인시 한 아파트 옥상에서 초등학생 2명이 ‘낙하실험’을 하기 위해 떨어뜨린 벽돌에 맞아 50대 여성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과 함께 있던 20대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당시 이들은 길고양이 쉼터를 만들고 있었다. 벽돌을 던진 학생은 만 9살이어서 불기소 처분됐다. 벽돌과 돌멩이를 던지다가 문제의 벽돌을 친구에게 건넨 학생은 만 11살이어서 과실치사상 혐의로 법원 소년부로 넘기는 선에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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