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9시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 건물 비상계단 입구에 출입금지 테이프가 붙어있다. 이 건물에선 전날 오후 1시5분께 건물주 80대 ㄱ씨가 6층 옥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영원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건물 주차관리인과 관련 증거를 인멸한 주차장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유족 등은 주차장 운영자가 과거부터 건물주와 재개발 이권 등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고용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사전에 범행을 공모하고 건물주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13일 건물주 ㄱ씨 유족과 건물관리인 등 설명을 들어보면, 유족은 전날(12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자신의 6층짜리 건물에서 살해당한 80대 ㄱ씨가 ‘재개발 관련 이권 다툼’으로 최근 이 건물 주차장을 임차하던 조아무개(44)씨와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씨가 운영 중인 주차장을 관리 하던 30대 김아무개씨가 12일 ㄱ씨를 살해한 뒤 달아나고, 조씨는 이 과정에서 김씨의 도주 과정이 찍힌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유족 쪽은 평소 ㄱ씨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던 조씨가 단순히 증거인멸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사전에 김씨와 살인을 공모했다고 볼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족 쪽은 조씨가 오랜 기간 해당 지역 재개발 사업에 관여하면서 ㄱ씨와 갈등을 빚어왔다고 주장했다. ㄱ씨가 소유한 건물은 영등포 공공주택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있어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날 ㄱ씨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유족은 한겨레에 “조씨가 해당 지역 재개발 조합을 결성하면서 조합장을 하고 싶어 했는데, ㄱ씨가 이를 반대하면서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건물 관리인인 이아무개(74)씨는 “조씨가 최근 ㄱ씨에게 건물 감정 가격을 부풀려주겠다며 부풀린 가격에 대한 일부를 자기에게 달라고 했다”고 했다.
이밖에도 유족 쪽은 조씨가 이 건물 옆 모텔을 소유하고, 지난 2020년께부터 ㄱ씨로부터 주차장 부지를 임차해 운영해오면서도 지속적인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지난 7월 주차장 임대차 계약 만료로 퇴거를 요청했지만, 조씨는 이에 응하지 않고 버텨왔다고 한다. 이에 ㄱ씨는 지난 9월 조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었다.
아울러 조씨는 2020년 10월30일부터 지난 6월30일까지 계약 임차금보다 30만원이 적은 120만원만 납부해 약 990만원의 임차료를 연체하기도 했다. 유족은 “지난 10일 ㄱ씨와 조씨 사이에 큰 말다툼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동안 잠재된 갈등을 폭발시킨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유족 쪽의 이런 의혹 제기를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와 조씨가 구체적인 범행 정황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ㄱ씨를 살해한 김씨에 대해 우선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지난 12일 80대 건물주가 살해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옆으로 살인 피의자 30대 김아무개씨가 일하던 모텔이 보이고 있다. 해당 모텔 주인 40대 조아무개씨는 김씨의 도주 경로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삭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김영원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김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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