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이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표적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4차례 출석 요청에 한달째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유 사무총장 쪽 변호인단의 항변이 담긴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조직 사유화’라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감사원은 유 사무총장 쪽 변호인단의 입장을 담아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서 유 사무총장 쪽 변호인단은 “공수처 출석요구는 피의자들 및 변호인과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은 일방적 통보”라며 공수처 규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원법과 개원 이래 75년간의 운영 기조를 기반으로 정당하게 권익위 감사를 실시했다고 본다. 그러나 공수처는 기본적 사실관계를 일방에게만 확인하거나, 감사원의 확립된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이는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며, 정상적인 업무 추진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공수처 관계자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상식적으로 (출석요구를 하면서)협의를 단 한번도 하지 않은 것이 말이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이 ‘사무처 직원 먼저 조사하라’며 소환에 불응 중인 데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수사팀에서 결정할 문제다. 수사 받는 분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달에만 세차례 유사무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려했지만, 유 사무총장이 국정감사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이달 3일~5일 사이 조사 받으러 오라고 다시 요청했지만 유 사무총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를 이유로 12월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수처는 최근 유 사무총장에게 5번째로 출석을 요청했고, 서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감사원이 ‘피의자 유병호’의 입장을 대신 전파한 점도 비판받고 있다. 장유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은 “(유 사무총장) 개인에 대한 수사인데 조직의 공식 라인을 통해 대응 및 방어하게 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자 감사원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수사를 받는 대상은 감사원이 아니다. 기관과 유 사무총장을 일체화시키는 인식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에게 다섯번째 출석 요청을 한 공수처는 임의수사가 원칙이라면서도 강제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수처가 다섯번째 부른 유 사무총장이 이번에도 안 나오면 체포영장을 청구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만료 전 (해당 사건을) 진상규명하고 떠날 것인가”라는 김회재 의원 질문에는 “그럴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 처장 임기는 내년 1월20일까지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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