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감사 혐의(직권남용)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 통보를 받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감사원 법무담당관이 작성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감사원 안팎에선 유병호 사무총장 개인이 고발된 형사사건에 감사원 직원을 동원하고 시간 끌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공수처로부터 두 차례 출석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국정감사 기간이라는 이유를 들며 공수처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 사유서는 유 사무총장 이름으로 제출됐지만, 실제 작성은 감사원 법무담당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유 사무총장이 두 번째 소환 통보를 받자 변호사 출신인 감사원 법무담당관을 시켜 불출석 사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안다”며 “유 사무총장이 공조직을 사유화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법무담당관실은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형사사건 조력을 하진 않는다.
이에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의 피의자는 감사원 조직이 아닌 유 사무총장 개인인데, 개인 변호사가 해야 할 일을 감사원이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의무 없는 일을 지시한 데 대한 유 사무총장의 직권남용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불출석 사유서 작성 경위를 파악해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야당도 유 사무총장 소환을 촉구하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유 사무총장의 공수처 소환 거부는 내년 1월 공수처장의 임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침대 축구’인가”라며 “조금만 더 버티라는 윗선의 문자라도 받은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22일 한겨레에 유 사무총장의 불출석 사유서 제출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 사무총장은 한겨레의 전화와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