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윤동섭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 의혹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훼손된 상태로 학내 게시판에 붙여져 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연세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윤동섭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교수의 과거 논문이 이중게재 등 연구윤리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 최근 윤 교수 쪽은 “심지어 권장되기도 한” 관행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당시 의학계에선 “이중게재는 심각한 문제”라며 제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의편협)가 2006년 4월 작성한 공문을 보면, “이중게재는 학자의 윤리적인 문제인 동시에 국내 의학에 대한 국제적인 불신을 조장하는 심각한 문제”며 “조속히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중게재, 중복출판에 관한 조사와 제재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돼 있다. 이 공문은 각 회원학회 학술지 편집위원장에게 전달됐다.
같은 해 7월 대한의학회에서도 “국내 의학계에선 아직도 논문 이중게재에 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시점부터 지속해서 이중게재 여부를 관찰해야 하며 이중게재 논문이 발견됐을 경우 ‘논문 철회’의 공고 형식으로 신속히 학술지에 발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교수는 2004년에 2편, 2006년에 1편의 논문을 국내 저널에 게재했는데, 세 논문의 영문판을 2007년 해외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중복으로 게재했다는 게 연구윤리 위반 의혹의 핵심이다. 심지어 이 해외 논문 3편은 연구업적에 활용된 것으로도 나타났다.
윤 교수 쪽은 지난 2일 “중복출간은 관련 지침(연세대 윤리규정)이 마련되기 전인 2007년 이전에는 심지어 권장되기도 했다”고 입장문을 냈지만, 이미 의학계에선 2006년부터 공식적으로도 이중게재를 명백히 문제를 삼았던 것이다.
2009년 대한의학회는 공식 입장을 냈던 2006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시기의 이중게재와 중복출판에 대해서는 그 당시의 관행에 비춰 판단하되, 2006년 이후의 사안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연세대의 한 의대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이중게재 관련) 국제 기준에 맞추자는 지적이 꾸준히 나와 많은 연구자가 중복된 논문을 취소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수는 “(2005년 말)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이 벌어진 뒤라 오히려 제대로 된 연구윤리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는데, 이중게재를 권장했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윤 교수 쪽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04∼2005년까지도 중복출간을 실제로 권장했고, 2006년 대한의학회 입장은 학술지에 전달됐기 때문에 일반 연구자들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며 “그 뒤로도 논문을 철회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 연세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진위)는 윤 교수의 의혹에 대한 본조사에 착수했다. 윤 교수 총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 “이미 2019년 연진위에서 2007년을 포함한 그 이전의 중복출판에 대해 사후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고 했다. 해외 논문 게재 시점은 2007년이지만 2006년에 제출했으므로, 2007년 1월2일 제정된 학내 윤리규정을 위반하진 않는다는 취지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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