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제주구실잣밤나무 ②·끝
잣밤나무 가로수 비중 20%에서 2.3%로 급감
서귀포 선덕사 200살 나무가 살아남은 이야기
잣밤나무 가로수 비중 20%에서 2.3%로 급감
서귀포 선덕사 200살 나무가 살아남은 이야기
2023년 10월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 선덕사 주변 구실잣밤나무에 잣밤이 가득 열렸다. 김양진 기자
2023년 10월10일 오후 서귀포시 상효동 선덕사 대적광전 옆 구실잣밤나무. 단청과 어우러진다. 김양진 기자
2023년 10월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 선덕사 대적광전 옆 구실잣밤나무. 200살로 추정된다. 김양진 기자
선덕사 신도회와 앞서 이곳을 답사한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임학)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선돌’(큰 바위들이 서 있는 지역)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수백 년 전부터 스님들이 수행하던 곳(도량)이 있었다. 1980년대 초 큰불이 나서 모든 건물이 불타 사라졌지만, 구실잣밤나무에는 불길이 전혀 닿지 않아 신령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수분을 많이 머금어 원래 불에 강한 성질도 한몫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 신도(보살)가 이 나무에 커다란 불기둥 세 개가 피어오르고, 불기둥마다 앉은 부처가 설법하는 꿈을 꾼 뒤 이 절에 전 재산을 시주했다. 이 돈으로 지금의 선덕사가 지어졌다. 이후 선덕사는 구실잣밤나무 아래 범천각을 세워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공양을 바치고 있다. 최영범 신도회 부회장은 “지금도 기억하는 분이 여럿 계셔서 그때 일을 얘기해주십니다. 이곳이 부처님을 모시는 사찰이라 신령스럽다는 얘기는 하기가 어려워 알리지는 않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10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 선덕사 대적광전 옆 구실잣밤나무. 200살로 추정된다. 김양진 기자
“서남해 먼 섬에 입도해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풍경은 구실잣밤나무 군락이다. 계절의 구분 없이 늘 푸른 모습으로 섬을 에워싸는 그 나무들의 위엄찬 모습을 바라보면서 사나흘 식물 조사를 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기도 한다. (…) 어느새 꽃향기는 사그라들고 다글다글 열매가 여물 채비를 한다. 가을이 당도하는 것이다. 내륙 곳곳의 밤나무와 먼바다 갯마을의 구실잣밤나무와 그 나무들의 밤알을 살피는 당신에게도 하늘이 높아지는 결실의 계절이 한 걸음 더 가까이.”
2023년 10월10일 오전 제주시 오라동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 김양진 기자
2023년 10월10일 오전 제주시 오라동 월정사 앞 가로수길의 구실잣밤나무. 이끼와 일엽초 같은 양치식물이 함께 자란다. 김양진 기자
2023년 10월10일 오전 제주시 오라동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의 수관(잎과 가지). 김양진 기자
2023년 10월10일 오전 제주시 오라동 구실잣밤나무 가로수길에 덜어진 잣밤들. 도토리 모양이지만 밤처럼 생것으로 먹을 수 있다. 김양진 기자
월정사 앞 가로수길의 구실잣밤나무 잎 뒷면. 앞면은 짙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이렇게 옅은 갈색 내지 금색을 띤다. 김양진 기자
2023년 10월10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 불기운을 막으려고 사람 출입을 금지한 금산(禁山)으로 종가시나무와 후박나무, 동백나무 자연림이 우거져 있다. 이곳엔 구실잣밤나무는 없다. 김양진 기자
2023년 10월10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금산. 불기운을 막으려고 사람 출입을 금지한 금산(禁山)이다. 후박나무 표면을 양치식물인 콩짜개덩굴이 덮고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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