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 나온 시민들. 연합뉴스
2일 전국 곳곳이 한낮 기온 25도를 넘기고, 3일에도 ‘가을 더위’가 이어지며 반소매 차림으로 집을 나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주말에 비가 내린 뒤 다음주 기온이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지만, 현재까지 낯선 가을 날씨를 경험하는 중이다. 그런데 ‘11월 더위’가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8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각)는 “11월 이례적인 온기가 동반구를 뒤덮으면서 북아프리카에서 동아시아 까지 여러 지역에서 11월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필리핀, 튀니지, 방글라데시, 키프로스, 몰타, 한국, 북한, 몽골 등 적어도 8개국에서 역대 관측된 11월 기온 중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지난 1일 최고기온 섭씨 37도를 기록하며 가장 더운 날씨를 보였고, 같은날 몽고는 21도를 기록해 8개국 중 기온이 가장 낮았다. 튀니지, 방글라데시도 30도 초중반대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보다 약 10∼19도 더 높은 수치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설명했다.
한국은 2일 낮 최고기온이 23~29도로 평년(15∼19도)보다 약 6∼10도 높게 올랐다. 2일 오후 4시 기준 강원도 강릉이 29.1도로 지난해 11월12일에 기록한 26.5도를 경신했고, 같은날 서울은 12년 만에 가장 높은 11월 일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의 11월 최고기온 기록은 깨지지 않았지만 전국 여러 곳에서 높은 기온을 보였고, 일본 역시 11월 최고기온을 경신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을 더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지속력이 강한 ‘열돔’이 동아시아 근처에 몰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열돔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유럽에도 일부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서울 낮 기온이 24도 등 전국적으로 포근한 날씨를 보인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근 여러 전문가들은 2023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 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1988년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처음으로 경고한 학자 제임스 핸슨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온도가 향후 6년 안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베트남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이 주말까지 더위가 이어지다 다음주에는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도 3일 우리나라 남쪽에 있는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서풍 계열 바람이 유입되면서 주말까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상청은 주말에 비가 오고, 6일 오전 비가 그친 뒤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의 영향으로 전일보다 5~10도가량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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