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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실화해위 위원들 “영천 희생자 진실규명 보류는 역사 부정”

등록 2023-11-01 09:44수정 2023-11-01 11:50

야당 추천 위원들 성명
10월21일 영천시 임고강변공원 내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열린 '제14회 한국전쟁 전후 영천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서 8번째가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9번째가 김만덕 영천유족회장. 김만덕 회장 제공
10월21일 영천시 임고강변공원 내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열린 '제14회 한국전쟁 전후 영천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서 8번째가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9번째가 김만덕 영천유족회장. 김만덕 회장 제공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야당 추천 위원들이 지난 31일 밤 성명을 내고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사건(영천 사건) 대상자 중 6명에 대한 진실규명 보류 결정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성명에는 이상훈 상임위원과 이상희·오동석 위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6명의 고인들은 위령탑에 희생자로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1기 위원회때 군경에게 살해되었다면서 희생자로 거명된 분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일로부터 30년이 지나 일부 경찰 기록인 ‘대공인적위해자 조사표’(1979)와 ‘신원기록편람’(1981)에 단지 ‘10·1 사건에 가담 살인·방화·약탈 등 좌익활동하다가 처형된 자’라는 문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규명을 하지 않은 것은(희생자로 판정하지 않은 것은) 1기 위원회의 결정을 뒤집는 역사 부정이자 역사 되돌리기”라고 했다. 10·1 사건이란 미군정 시기 대구와 경북 일대에서 식량 공출에 항의하는 민간인들이 경찰과 충돌한 일이다.

이들은 또한 “경찰 기록은 희생자 가족을 사찰하기 위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처형 사실을 합리화하는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 자료는 희생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희생 경위는 진실화해위가 참고인들의 진술과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면서 “경찰 기록에 기재된 처형 이유를 전제로 희생자 결정에서 배제한다면 이는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또 다른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전날 열린 제65차 전체위원회는 첫 의결 안건으로 영천 사건을 장시간 논의한 끝에 21명 중 15명은 국가폭력 희생자로 진실규명하고 나머지 6명은 보류했다. 이에 앞서 제1소위원회에서는 희생자 6명에 관해 “적대세력에 부역했을 수 있으므로 순수한 희생자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진실규명 불능안을 전체위에 올린 바 있다. 이날 여야 추천 위원들은 합의를 보지 못하고 5대3 표결로 6명에 대한 보류를 확정했고, 야당 추천 위원들은 이에 항의하며 전체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영천시가 2018년 임고강변공원에 조성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및 추모공원. 비석에는 이번에 보류된 6명을 비롯한 희생자 52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상희 위원 제공
영천시가 2018년 임고강변공원에 조성한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및 추모공원. 비석에는 이번에 보류된 6명을 비롯한 희생자 526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상희 위원 제공

이날 국정원 대공 3급 간부 출신인 황인수 조사1국장은 “(6명에 대해) 진술의 신빙성을 조사하겠다”고 말해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성명에서도 “장기간 조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진술의 신빙성을 운운하면서 희생경위를 조사하는 것은 부역자 색출 작업이나 진배없고,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2차 가해행위”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을 우선하는 정책 기조로 전환했듯이 위원회도 이념 전쟁에서 벗어나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들을 진심으로 어루만지는 위원회로 자리매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진실화해위는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추천 4명, 민주당 추천 4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현재 민주당 추천 위원 1명은 공석인 상태다. 지난 9월5일 국회 사무처는 민주당 요청에 따라 허상수 재경제주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공동대표에 대한 진실화해위원 임명 요청서를 인사혁신처에 보냈으나 아직 대통령 임명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영천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2018년 임고강변공원에 위령탑을 건립했고 영천유족회(회장 김만덕)는 매년 합동위령제를 거행하고 있다. 위령탑 옆 비석에는 이번에 보류 조치된 6명을 비롯한 526명의 희생자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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