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인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연이은 무차별 범죄로 흉악범 엄벌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형제 폐지와는 상관없이 ‘절대적 종신형’ 추진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30일 법무부는 법원이 판결을 할 때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으로는 무기 징역을 선고받더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법이 개정되면 법원은 무기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밝혀야 한다. 개정안은 국회 논의 및 표결을 거쳐 최종 공포된다.
‘절대적 종신형’은 애초 사형제 폐지 뒤 대체형벌로 논의돼왔다. 하지만 최근 신림동·분당 흉기난동 등 ‘무차별 범죄’가 잇따르자 법무부는 흉악범에 대한 엄벌과 응보에 초점을 맞춰 사형제 존폐와는 상관 없이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법무부는 “흉악범이 죄에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로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절대적 종신형’ 추진 이유를 밝혔다. 법
무부는 또 우리나라에 사형제가 있긴 하지만 지난 1997년이 마지막 집행이었던 점을 짚으면서, “흉악범의 가석방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고도 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형은 최고형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지금은 집행이 중단돼 예방 효과가 사라졌다”며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인 상태를 고려하면 ‘절대적 종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형제 존치 상태에서 절대적 종신형을 추진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법원행정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제 존치 상태에서 도입될 경우, 일반범죄까지 확대 적용되는 등 형량만 높일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으며,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19일 “어떠한 대안도 검토되지 않은 채 도입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단순히 ‘느린 사형’의 모습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005년 사형제 폐지 의견을 밝히며 대안 조처로 ‘감형·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사형제 존폐의 키를 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늦어지고 있어 사형제와 ‘절대적 종신형’이 공존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형제 위헌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의 유남석 소장 임기는 다음달 10일까지다. 사실상 유 소장 체제에서의 마지막 선고였던 지난 26일에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은 포함되지 않으면서 관련 논의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헌재 관계자는 “ 소장이나 재판관이 교체되면 새로 온 분들이 사건을 봐야 하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걸린다 ”고 말했다 .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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