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전본원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일상에서 포착한 실패의 순간들’ 사진전에 전시된 ‘누군가 일으켜 준다면’이라는 제목의 캠퍼스 잔디밭에 누운 의자 사진.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인스타그램 갈무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실패주간 행사를 기획한 조성호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이 “혹시 아직 실패를 많이 안 해봤다면 그걸 더 걱정해야 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응원했다.
카이스트 실패연구소장인 조성호 전산학부 교수는 25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젊었을 때 신나게 실패를 해보는 게 오히려 나중에 인생을 위한 엄청난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며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청년들을 지지했다.
앞서 카이스트는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실패주간’을 지정해 대전본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공부·연구·과제를 하며 실패한 순간을 공유하고 망한 과제를 자랑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괴짜 교수’라는 별명을 가진 이광형 총장이 2021년 3월 부임한 뒤 같은해 6월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만든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실패를 주제로 처음 시도하는 행사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대전본원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일상에서 포착한 실패의 순간들’ 사진전에 전시된 ‘제자리걸음’이라는 제목의 사진.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인스타그램 갈무리
조 소장은 대전본원 창의학습관에서 열린 ‘일상에서 포착한 실패의 순간들’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도 소개했다. 조 소장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제목의 러닝머신 사진을 소개하며 “사진을 찍은 학생은 열심히 노력하는데 발전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사실 러닝머신 운동량 측정기 걸음 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당장은 인식하기는 어렵지만 노력이 쌓여 결국 큰 성공이 다가올 걸 예상할 수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일으켜 준다면’이라는 제목의 캠퍼스 잔디밭에 누운 의자 사진을 소개하며 “멀쩡한 의자인데 넘어져 있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그런데 누군가가 일으켜 준다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실패한 사람도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금방 회복하고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걸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실패주간’을 지정해 대전본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공부·연구·과제를 하며 실패한 순간을 공유하고 망한 과제를 자랑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조 소장은 자신의 실패 경험도 털어놨다. 조 소장은 “저는 사실 밥 먹듯이 실패(하고) 실패에 무딜 정도로 실패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과정에서는 실패가 다반사”라며 “가령 연구실은 연구 과제를 따야 하는데 열심히 학생들과 같이 준비해 과제 제안서를 제출하고 발표·평가하면 똑 떨어지는 게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살면서 확신이 든 게 세상에서는 100% 좋기만 하고 100% 나쁘기만 한 건 없다고 생각이 든다”며 “실패도 나쁜 것만은 아닌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실패주간’을 지정해 대전본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공부·연구·과제를 하며 실패한 순간을 공유하고 망한 과제를 자랑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이스트 실패연구소 누리집 갈무리
조 소장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학능력평가에서 수학 답안지를 밀려 써 재수한 제자의 경험을 소개하며 실패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제자가) 처음에는 되게 힘들고 우울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1년 다시 대학을 준비하면서 고등학교 때 놓친 거를 깨달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는 바쁘게 공부만 하느라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고 공부만 했다고 한다”며 “만약 고3 때 바로 대학을 갔으면 점수에 맞춰 자신이 뭘 원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학과를 선택했을 텐데 재수하는 기간 자신이 그런 걸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기간이 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 소장은 “학생마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양할 테니까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텐데 아마도 자신이 뭘 하고 살고 싶은지 아직 정립이 안 되고 그런 걸 찾아내고 싶은 것 같다”며 “(실패연구소가) 다른 대학 또는 한국 사회 전체에서도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역할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