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형 법무법인(로펌)에 고액 법률의견서를 써줘 논란이 일었던 권영준 대법관이 취임 뒤 두 달 동안 상고심 재판 59건을 회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관 한 명이 주심을 맡아 처리하는 사건은 연간 약 4000건 안팎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권 대법관은 자신에게 배당되는 사건의 약 10%가량을 회피하게 된다. 대형 법무법인들이 수임한 사건들은 대체로 복잡한 사건들이기 때문에 권 대법관이 회피하게 된 ‘어려운 사건’들이 다른 대법관들의 업무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권 대법관은 지난 7월19일 취임한 뒤 최근까지 59건의 상고심 재판을 회피 신청해 모두 받아들여졌고,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 변경됐다.
권 대법관은 대형 법무법인(로펌) 7곳(김앤장, 태평양, 세종, 피터앤킴, 율촌, 한결, 바른)의 대리 사건을 회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 대법관은 지난 2018∼2022년 위 법무법인 7곳의 의뢰로 38건의 사건과 관련한 법률의견서 63건을 제출하고 18억1천만원을 받은 점이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30건의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총 9억4651만원, 법무법인 태평양에 13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3억6260만원, 법무법인 세종에 11건의 의견서를 써주고 2억4천만원 등을 받았다.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일자 권 대법관은 “(대법관이 되면)제가 관여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해도, 관계를 맺은 로펌의 사건은 모두 신고하고 회피 신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문제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보류되자 권 후보자는 늦은 밤 입장문을 내 “소득 상당액은 반납하거나 기부해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날 “권 대법관이 소송 중이던 5건에 관하여 의견서를 철회했고, 5건 의견서와 관련한 세후소득액의 약 2배 상당 금액을 어린이병원, 보육원, 교육기관 등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 “자신의 문제로 대법원 업무에 차질 주는 권 대법관이야말로 ‘민폐 대법관’으로 불려도 할 말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김상환 처장은 “김 대법관이 회피하는 만큼 (다른 사건을) 또 받는다고 하면 업무 균형감은 유지될 것이고, 다른 대법관님들도 동의하셨다”고 답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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