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하루에 우유 한 팩씩 마시는 자영업자 이동호(31)씨는 며칠 전 멸균우유 48팩을 한 번에 구매했다. 그간 먹던 우유가 지난해와 견줘 가격이 25%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8일 “이렇게 사면 2~3달 정도 마실 수 있다. 한 번에 많이 구매하니 가격 부담도 줄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최근 밥상 물가가 치솟으며 우유 가격도 덩달아 올라 시민들의 고민도 커졌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멸균우유 특유의 맛 때문에 카페 등에서는 고민이 깊다.
지난 1일부터 우유업계가 유제품 출고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마트에서 흰우유 1ℓ가 3000원을 웃도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수입 멸균우유는 일반 우유보다 저렴할 뿐 아니라 국내산 멸균우유보다도 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확인한 대표 멸균우유 상품인 폴란드산 믈레코비타 1ℓ는 1300원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서울우유 멸균우유 1ℓ(2600원대)와 견줘 절반 수준이다.
농식품수출정보를 통해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를 살펴보면, 멸균우유 수입 규모는 올해 8월(누적)까지 2만5389t(2113만5000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850t(1594만3700달러)보다 16.2% 늘었다. 수입액 기준으로도 32.6%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만1385t(2330만2000달러)의 멸균우유를 수입했는데, 이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멸균우유는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보니 대량 구매를 통해 추가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양아무개(33)씨는 보관이 쉬운 식물성 우유나 수입산 멸균우유를 주로 산다고 한다. 양씨는 “보관 기간도 길고 한 번에 많이 살 수 있으니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페 점주들은 선뜻 멸균우유로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맛이 변할 수 있어서다. 고온 가열로 균을 없애는 방식으로 제조한 멸균우유는 일반 우유 특유의 고소한 맛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도 우윳값 상승에 따라 멸균우유로 바꿔야 하는지 질의가 종종 올라오지만 ‘멸균우유는 맛 호불호가 갈려 고민된다’는 답변이 주를 이룬다.
카페 점주 임아무개(26)씨는 “디저트에 대부분 우유가 들어가서 가격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저렴하게 멸균우유를 사용하자니 맛이 변할 수 있어서 아직 바꾸진 않았다”며 “판매가를 올릴 수도 없어 고민이 된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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