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란 말도 없었고, 실체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은) 다 징계 받고 구속됐는데 왜 저를 구속 안 시켰는지 지금도 궁금하다”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전면 부인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명박 정부 문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3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는지’ 여부를 묻는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절대 존재하지 않았다”며 “블랙리스트란 말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사건 자체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유 후보자는 엠비 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 균형화 전략’ 문건에 대해서도 “진의가 불분명하고 어떤 사람이 작성했는지도 약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7년 공개된 이 문건에는 좌파·우파 예술인의 행태를 분석하고 좌파 예술인에 대한 정부 지원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관 재직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종북 예술인을 무력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직접 보고받았다는 국정원 직원의 진술이 검찰 조사에서 나왔다는 언론 보도를 두고도 “실제로 (문건을) 전달받은 일도 없고, 국정원에서 문체부에 찾아와서 (문건을) 주고 간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지난 2019년 펴낸 백서에 유 후보자 이름이
104차례 언급됐다는 점을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임 의원은 “후보자가 (블랙리스트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지만 후보자의 이름이 104번 언급될 정도로 (관련) 증언들이 후보자를 향하고 있다”며 후보자 사퇴 및 사과를 요구했지만, 유 후보자는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전부 구속되고 징계받았는데, 제 얘기를 104번씩 거론하면서 왜 저를 구속 안 시켰는지 지금도 궁금하다”고 맞받았다. 유 후보자는 “백서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소문이 이렇더라’, ‘누구의 의견이 이런 식이더라’ 다 이렇게 얘기한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을 좀 미워할 순 있었어도 그들을 배제(한 적은 없다) 제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정말 몇명이 배제당했는지 확실히 알고 싶다”고 했다.
유 후보자가 장관 재직 시절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해임된 인사 3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인사관리 규정상 명시된 징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해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유 후보자는 ‘법원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유정주 민주당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 그분들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관장 해임은, 이념이나 전 정부 사람이어서 된 것이 아니다. 다 절차상의 문제와 업무적 역량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지적되니까 정치적 싸움을 한 것”이라고 했다.
여권 의원들은 유 후보자 엄호에 나섰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유 후보자에 대한 고소 고발도 없었는데 다짜고짜 유인촌이 블랙리스트 몸통이라며 인사청문회에 맞춰서 문화예술계라는 정치적 세력들이 나서서 (장관 임명을) 반대한다”고 했고, 같은 당 출신인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발간된 블랙리스트 백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는 문체부가 거의 관여하지 않았고, 국정원 원트랙으로 가동됐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이날 본격적인 청문회에 앞서 야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 자녀의 증여세 납부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유 후보자는 “자녀들이 이미 다 장성해서 독립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녀 본인들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요구를 일축했다. 유 후보자 자녀는 유 후보자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증여 규모나 증여세 납부 내역에 대해선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부모의 금원으로부터 아파트를 산 부분에서 이미 독립적이지 않은데, 독립생계를 이유로 대는 것은 후보자 자격을 검증하려는 청문위원들의 의도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자는 이후 질의에서 “증여에 대한 납세를 다 했다”면서도 “(납세 내역은) 개인정보라”며 공개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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