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유인촌(72)씨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3년 동안 문체부 장관을 지내며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를 압박하는 등 ‘문화계 좌파 인사 찍어내기’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해임된 인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유 장관 시절 이뤄진 전 정권 인사 축출 작업을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1일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박명학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해임 무효 소송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2008년 유인촌 문체부 장관 시절 진행된 이들 3명의 해임을 두고 인사관리 규정상 명시된 징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009년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서태환)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 임명 8개월 만에 기금운용 손실 등을 이유로 해임된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의 해임 취소 소송에서 “문체부 직원ㄱ(예술국장)이 이 사건 처분 전 김 전 위원장과 통화하면서 해임됐다는 사실을 간단히 알려주었을 뿐, 구체적인 처분사유 등은 통지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며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김 전 위원장과 함께 2008년 해임된 박명학 전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의 해고 무효 소송에서도 법원은 인사관리 규정상 징계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해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또한 2008년 11월 해임된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계약해지 무효 소송에서도 법원은 위법성을 인정했다. 김 전 관장은 임기 만료(2009년 9월)를 1년여 앞둔 지난 2008년 11월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사들이면서 가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거나 관세청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체부(당시 문화부)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2010년 4월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박병대)는 “미술관 관장으로서 이 사건 미술품을 구입함에 있어 통관절차에 다소 부적절한 업무처리가 된 것을 미리 막지 못한 점 정도를 제외하고는 달리 비난할 만한 사유가 없으므로, 채용계약 해지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유 장관은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기관장은 물러나야 한다”며 김 전 관장의 사퇴를 종용한 바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임종성 의원은 “장관 재직시절 산하 기관장을 찍어내려다 위법 판결을 받은 유인촌 후보자가 무슨 염치로 다시 돌아오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에서 ‘MB정부 시즌 2’로 회귀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한 유 후보자의 책임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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