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내년도 청사 건설비 예산으로 올해보다 10억원 늘어난 38억원을 편성했다. 야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도미노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19일 대통령실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 설명자료를 보면,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의 청사 환경개선 및 정비, 노후 설비 교체 등을 위한 건설비에 38억8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편성된 건설비 29억원보다 10여억원(31%)이나 증가한 것이다. 청사 시설 등의 유지 보수에 소요되는 운영비(26억9000만원)는 별도로 편성됐다. 건설비·운영비를 포함한 ‘대통령실 시설관리 및 개선’ 예산은 47억원(2022년)→51억원(2023년)→65억원(2024년)으로 증가 추세다.
야당에서는 이런 건설비가 대통령실 이전으로 발생한 추가 비용이라고 주장하며 비판했다. 김두관 의원은 “청와대도 176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하더니, 용산 대통령실까지 뜯어고치려는 모양”이라며 “알앤디처럼 필요한 예산이 삭감된 가운데 대통령실 예산은 증액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집무실을 이전하는 데 496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예비비와 다른 정부부처 예산 이·전용을 통해 368억5100만원을 추가로 사용한 바 있다. 야당이 간접비용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추계한 대통령실 이전 비용은 1조원에 달한다.
내년도 대통령실 예산은 1032억원으로, 올해보다 46억8000만원(4.8%) 증가했다. 인건비가 43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정운영지원 300억원 △기본경비 212억원 △정보화 75억5000만원 △국가안보 및 위기관리 7억51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윤 대통령은 임기초 제왕적 통치의 구태를 벗겠다며 대통령실을 슬림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내년도 편성된 인건비는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보좌하기 위한 업무지원비는 169억4000만원으로, 올해보다 14억3000만원 늘었다. 대통령 행사 개최 등을 위한 용역비가 8억9400만원에서 17억52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대통령실의 업무추진비는 53억4700만원→58억2800만원, 특정업무경비는 10억1500만원→11억1200만원으로 늘었다.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82억5100만원으로 올해와 같았다.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국정운영 평가 등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이 17억9400만원에서 20억7600만원으로 증가한 것도 눈길을 끈다.
대통령실은 이날 한겨레에 “내년도 건설비 증액분 10억원은 청사 내 설비 개선주기가 내년에 도래함에 따라 증가한 것으로 청사 이전 비용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전임 정부에서도 해당 예산을 2019년 20억8000만원에서, 2020년 38억8000만원으로 18억원 증액 편성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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