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일대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2023 불법 파견 대법원 조속 판결 촉구 2차 공통 투쟁’에서 경찰이 노숙 농성에 돌입하려는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심야 노숙집회 금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경찰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윤석열 정부가 심야 노숙집회 전면 금지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금속노조가 영등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지난 19일 내렸다. 윤 정부가 심야 노숙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강제해산하기 시작한 이후 법원이 노숙집회 금지 처분의 집행을 정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일대에서 20일 오전 9시부터 21일 정오까지 1천여명이 참석하는 ‘노조법 개정 쟁취 결의대회’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내용에는 첫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진행되는 1박2일 노숙농성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자 영등포경찰서는 “다수의 인원이 노숙집회를 개최할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20일 밤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의 집회를 금지하는 부분금지 통고를 했다. 또 ‘지자체 승인 없는 (금속노조의) 노숙집회는 금지되며, 노숙집회 희망 시 허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이에 법원은 “이 사건 처분으로 노숙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경우 집단적 의사 표현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허용 범위’ 내 옥외집회 부분금지통고처분취소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이 사건 노숙은 편도 4개 차로 중 하위 3개 차로만을 사용하는 것이라 차량의 소통을 전면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인도도 확보돼 있다. 또 노숙의 개최 시간을 봐도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거나 국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자료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보다 출퇴근 시간대에 개최돼 교통 소통 등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더 큰 노숙 전후 집회신고는 경찰이 수리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또 “노숙 장소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집시법에서도 따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이 사건 노숙과 공공복리가 적절히 조화될 수 있도록 참석인원과 방식 등 범위를 일부 제한할 필요성은 있다”며 △노숙 참가 인원 300명 △노숙 장소에서의 음주 행위 금지 △질서유지인 50명 이상 배치 △소음 기준 준수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비가 이어지자 금속노조는 노숙집회를 취소했다. 금속노조는 “기상 조건 악화로 조합원 건강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실내에 숙박한 뒤 21일 오전 국회 앞 선전전과 금속노조 결의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지난 7월 주요 도로 점거와 심야 집회 등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권고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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