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회·시위 제도 개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6일 대통령실 누리집에서 실시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경찰청과 국무조정실에 집회·시위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이 일방적으로 토론 주제를 정한 뒤, 3주 동안 달린 댓글과 투표를 바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권을 제한하는 조처에 들어간 것이어서 절차적 정당성을 어기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브리핑에서 “지난 6월13일부터 7월3일까지 3주간 진행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 국민참여 토론 투표 결과 총 투표수 18만2704표 중 71%에 해당하는 12만9416표가 집회·시위 제도의 개선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이어 “게시판 댓글을 통한 자유토론에서도 13만여건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는데, 참여자의 82%에 해당하는 댓글에서 과도한 집회·시위로 겪는 피해를 호소하며, 국민 일상을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댓글 중 12% 정도는 ‘집회·결사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어 현행 제도를 유지하거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는 국무조정실 공공질서 확립 태스크포스(TF)팀과 경찰청에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의 개선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이용 방해 및 주요 도로 점거 집회·시위 △심할 경우 질병까지 야기하는 확성기 등으로 인한 지나친 소음 시위·집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역이나 학교 인근 집회 등에 대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 개정과 후속 조치로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단속·처벌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가장 많은 점을 감안해 법령 개정 및 이행방안 마련 과정에서 벌칙 규정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통령실 집회·시위 단속 강화 지시는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에 “공권력을 어느 선까지 발동하고, 집회·시위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는 민감한 문제”라며 “기본권을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9일 “어떤 경우에도 심야 시위의 전면 금지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6월12일 대통령실 누리집에 있는 국민제안 페이지에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대한 의견을 들려달라’며 일방적으로 의제를 내걸었다. 투표 과정에서 일부 보수 단체나 유튜버의 조직적인 참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 수석은 이날 “본인인증을 거치고 있는 만큼,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드루킹 같은 대규모 어뷰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조직적인 동원으로 인한 참여 의혹을 해소하진 못했다. 토론 기간 역시 3주에 불과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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