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7월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배우자의 주식을 백지신탁 하라는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우자의 주식이 그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유 사무총장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 관련성 인정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 사무총장 배우자의 주식 발행 기업은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업에 해당한다”며 “감사원법에서 정한 사무총장 권한과 업무 범위에 비춰, 유 사무총장이 업무를 수행할 때 각 회사와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주식은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사혁신처는 유 사무총장의 배우자가 보유한 한 바이오기업의 8억2000만원가량 비상장주식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백지신탁 결정을 내렸다. 유 사무총장은 같은 해 12월 주식백지신탁 결정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배우자도 재산권을 가진 전문인이며 감사원이 해당 주식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국민의 공적 이해관계와 충돌할 때 당연히 후자를 우선한다”며 “이해충돌을 회피하고, 직무에 전념할 의무가 있다. 이를 공무원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길 게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점을 고려해 공직자윤리법상 직무 관련성을 인정한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 사무총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직자윤리법에 대해 위헌심판제청도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사무총장이 문제 삼은 공직자윤리법 14조의4는 재산공개대상자 본인 및 그 이해관계자(배우자 등)가 직무 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3천만원 넘게 보유할 경우, 직무 관련성 통보를 받은 지 두 달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하도록 규정한다. 공직자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가격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을 집행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 사무총장은 이 조항이 고위공직자 배우자의 재산권과 고위공직자 본인의 공무담임권(국민이 공무원이 되어 공무를 담임할 수 있는 참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공무원이 되는 것 자체를 배제하는 조항이 아니라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공무집행에 방해될 우려가 있으니 매각 내지 백지신탁하고, 공직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 공무담임권을 자체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률조항으로 인한 사익 침해가 그로 인해 확보되는 공익보다 반드시 크다고 할 수 없어 위헌이라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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