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보유 중인 비상장주식 현황을 신고하지 않았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자녀의 해외재산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한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가 2009년 처음 재산신고를 했을 때부터 최근까지 미국에 장기간 거주 중인 아들과 딸의 현지 계좌 등 재산 내역을 일체 신고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판사는 매년 자신과 배우자, 자녀의 재산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를 면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고지거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후보자의 장남은 25살이던 201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8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미국에 있는 투자은행 리와이어 시큐리티 유한회사에서 근무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 자료를 보면 ㄱ씨의 기본 연봉은 8만5000달러(당시 환율로 우리 돈 9612만원)였고 2018년에는 1만5000달러(우리 돈 1600만여원)의 보너스를 추가로 받았다.

문제는 약 3억5000만원에 달하는 근로소득을 올린 장남의 해외 재산은 전혀 신고된 게 없다는 점이다. 현지계좌도 신고하지 않았다.

11살이던 2002년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후보자의 장녀도 최근까지 신고된 해외재산이 없다. 장녀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브뤼셀 교향악단, 베르겐 필하모닉 등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 상주음악가 활동을 거쳐 지난달부터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입단하는 등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일주일 뒤인 지난달 29일 제출한 ‘공직 후보자 재산변동사항 신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장녀의 해외계좌 잔고(시티은행 91만원, 피앤시(PNC)은행 2203만원)를 신고했다.

이 후보자는 “후보자의 자녀들이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사실상 독립적으로 생계를 영위해 재산신고와 관련된 사실관계 파악에 제한이 있다”며 “추후 청문 과정에서 상세한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장녀가 수억원대의 첼로를 무상 대여한 경위에 대해서도 “음악가에게 악기를 대여해주는 외국기관으로부터 첼로를 무상 대여받아 사용한 바 있다”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 후보자는 “무상대여의 경우에는 재산등록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에 별도의 재산신고를 하지 않았고, 추정 가격 등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했다.

후보자의 장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프란체스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대여받아 연주하고 있다”고 썼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는 17~18세기 이탈리아 현악기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일가가 만든 것으로, 가격은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음악계에서는 음악재단이나 후원자들이 유망한 음악가에게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같은 고가의 현악기를 빌려주는 일이 드물지는 않다.

장녀 개인 소유의 첼로에 대해서도 이 후보자는 “고가의 첼로가 아닌데다 그 가액을 특정하기도 어렵다”며 “공직자윤리법은 악기 등을 재산신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