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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없는 것만 못하다”…전세사기특별법 개정 촉구한 피해자들

등록 2023-09-08 14:45수정 2023-09-08 14:54

전세사기 깡통 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어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피해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세사기 깡통 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어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피해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증금을 다 돌려달라는 것 아니다. 대출금 탕감 바라지도 않는다. 사기당한 집 떠안고 갈 테니 감당할 수 있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서울 강서구 화곡동 전세사기 피해자인 박아무개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전세사기특별법이 9일로 시행 100일을 맞지만, 박씨와 같은 피해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박씨가 세든 상업용 오피스텔은 주거용 주택이 아닌 탓에 특별법에 따른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사람들은 특별법이 제정됐으니 다 된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디딤돌 대출도, 특례보금자리론도 받을 수 없다”며 “내가 사기당한 집을 떠안고 대출 갚으며 살겠다는데, 오피스텔이라 안 된다고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가장 많은 집 유형이 오피스텔인데, 피해자는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느냐”고 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하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정부 여당의 반대로 특별법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놓였거나 △어렵게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각종 대책에서 제외되고 있는 상황들을 증언했다.

이철빈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특별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부결될 것을 염려해 피해신청 자체를 못하고 있거나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자 요건은 여전히 문턱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특별법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주택 △수사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의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6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입안 당시에도 피해자에게 과도한 과실 입증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 위원장은 “경기도의 한 피해자는 임대인이 바지사장이고, 지명수배자인 것을 확인했는데도 경찰에서는 개인정보를 이유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 건지, 임대인은 사기를 쳤는지 알 수가 없고, 피해규모가 작으면 수사개시조차 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은 제발 우리 임대인이 유명한 전세사기꾼이기를 손 모아 기도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별법은 피해자에게 경·공매에 부친 전세사기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장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상미 인천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우선매수권은 1회만 사용 가능하고, 최고가 입찰자가 써낸 가격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격 보호가 없기 때문에 투기꾼들에게 ‘제발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입찰에는 참여하지 말아 달라’며 인정에 호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을 짓기 전엔 상업용으로 허가받고, 지은 후에 주거용으로 불법 개조한 근린생활시설 거주자들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근생시설의 경우 정부가 매입해 공공임대 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본인이 경·공매로 낙찰받더라도 불법 개조된 부분을 원상 복구할 의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악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권아무개씨는 “사각지대 피해자들은 피해자라는 이름으로만 불릴 뿐, 금융대출지원은 전무하고 주거지로의 용도변경,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부과되는 강제이행금 등의 문제가 산재해 있다”며 “이 와중에도 사기 임대인은 자기에게 3천만원을 더 주고 이 불법 건축물을 사는 게 좋을 것이라 딜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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