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 뒤로 건축 한계선을 넘은 해밀톤호텔의 외벽 철제 시설(붉은 벽돌색)이 보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검찰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 골목에 불법으로 구조물을 증축해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피고인의 재판에서 변론이 종결된 뒤 선고를 앞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고기일은 11월29일로 잡혔다.
6일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해밀톤호텔 대표 이아무개(76)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 호텔을 운영하는 법인 해밀톤관광에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대표와 법인은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 ‘붉은색 가벽’을 불법으로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18년 2월 해밀톤호텔 서쪽에 세로 21m, 폭 0.8m, 최고 높이 2.8m의 철제패널 재질 담장(가벽)을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세워 건축선을 약 20㎝ 침범하고 도로를 좁게 해 교통에 지장을 준 혐의를 받는다. 이 담장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 붙어 있어 병목현상을 가중한 원인으로 지목된 설치물이다.
또 이 대표는 해밀톤호텔 뒤쪽 ‘브론즈’ 주점에 연결된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혐의도 있다. 매장과 연결된 테라스는 경량철골과 유리로 이뤄진 바닥 면적 17.4㎡의 건축물로,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도로 14.5㎡를 점용해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통행에 지장을 줬다고 검찰은 봤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호텔 주변에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해밀톤호텔 대표 이아무개씨가 6일 오전 공판 출석을 위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주점 ‘프로스트’ 대표는 참사 하루 전날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손님 대기장소로 쓸 시설물을 무단으로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프로스트 대표는 목조 재질의 기둥과 지붕으로 이뤄진 16㎡ 불법 건축물을 세웠다. 이 건축물도 브론즈 주점의 테라스와 더불어 ‘티(T)’자형 골목의 혼잡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건축법·도로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한 브론즈 주점 운영자 안아무개(40)씨와 호텔 별관 1층 라운지클럽 프로스트 대표 박아무개(43)씨에게는 징역 8개월씩을 구형했다.
이 대표 쪽 변호인은 이날 “브론즈의 테라스를 직접 건축한 게 아니라 임차인과 상생 차원에서 임차인의 증축을 묵인했다”며 “가벽은 에어건 실외기 등을 가리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담장에 해당하지 않아 담장을 전제로 하는 건축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해밀톤호텔 경영주 입장에서 회사 옆 골목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앞으로 법령을 준수하고 성실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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