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서로 연애 감정이 있는 게 아니고 저도 분명히 아니라고 밝혔는데, 직장 동료가 계속 확인하려고 하면서 다른 동료들을 통해 사귀라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지요? 제가 그 동료 자리 근처에 갈 때마다 오~ 우와~ 소리를 내면서 분위기를 몰아갑니다. 그만하라고 하니, 거절했다며 지나갈 때마다 욕을 합니다.(2023년 7월 닉네임 ‘눈물바다’)
A. 싫다는데 자꾸 연결하고, 사귄다고 소문내고….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그런데 성희롱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직장 내 성희롱’은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에는 음란한 농담, 음탕하고 상스러운 이야기,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성적인 내용의 정보 소문, 술을 따르라는 강요, 음란한 사진·그림·낙서·출판물 게시 등을 ‘직장 내 성희롱’의 예시로 들고 있어요.
‘눈물바다’님이 분명히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직장 동료가 지속적으로 사귀자고 하면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동을 했다면 ‘스토킹’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스토킹처벌법이 개정돼 피해자와 합의해도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3천만원에 처할 수 있습니다. 또 스토킹방지법이 새로 만들어져 스토킹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주면 같은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기, 기다리거나 지켜보기, 물건이나 메시지 전달하기 등이 없었다면 스토킹 범죄 요건에 해당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가해자는 사랑해서 고백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 동료들도 서로 잘 어울려서 응원한 일이라고 얘기할 가능성이 크겠죠. 사귀라는 요구를 거절했다고 욕을 했다고 했죠?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고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습니다.
‘짝짓기’. 과거에는 ‘솔로’에게 짝을 찾아주는 게 미덕이었습니다. “남자 친구 있어? 좋은 사람 소개해줄까?” 이런 얘기는 아끼는 후배에 대한 선배의 애정이라고 여겨졌고요. 그런데 그 후배가 이성애자인지 동성애자인지, 비혼주의자인지, 혹은 반려동물과 연애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세상 모든 사람이 이성애자고,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게 당연하다는 당신의 편견을 들여다보세요.
사생활 간섭은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어요. 입사하면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부터 묻고, 집구석에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던 쌍팔년 시절의 생각 좀 버리세요. 여자 친구 있어? 주말에 뭐 했어? 여행 누구와 어디 가? 제발 이런 거 묻지 마시고요. 당신이 좋은 상사라면 후배가 먼저 와서 얘기할 거예요.
회사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유형으로 ‘짝짓기’와 ‘구애’ 갑질을 넣으면 어떨까요? ①원치 않는 구애를 반복해서 하는 행위 ②원치 않는 상대와 사귈 것을 강요하는 행위 ③원치 않는 상대와 사귀는 것처럼 소문을 내는 행위 ④연애·결혼·출산 등에 관해 원치 않는 질문을 하는 행위. 제발 남의 사생활에 관심 좀 끄세요.
그러고 보니, 오는 9월14일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네요. 출근길도 귀갓길도 두렵지 않은 세상은 언제쯤 올까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