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도 아들(28)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후보자가 “사업중단 등의 사유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게 돼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명했다. 수십억원대 재건축 아파트로 시세차익을 얻은 뒤 막대한 건강보험료를 회피하려고 ‘해촉 요건’ 등을 충족한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후보자처럼 건보료 납부를 회피하는 이들이 늘자, 지난해 9월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17일 이 후보자는 전날 한겨레가 보도한
‘[단독] 이동관, 연 7천만원 소득에도 건보 피부양자 무임승차’ 기사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2020년 12월29일부터 2021년 12월1일까지 약 11개월간 직장가입자인 아들의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을 가입한 것은 피부양자 자격 인정기준을 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시행규칙) 별표 1의2 제1호 다목에 따라 공단이 자격 요건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조항은 “폐업 등에 따른 사업 중단 등의 사유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게 된 경우 관계 자료에 의해 공단이 인정하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 후보자는 이어 “2021년 11월의 경우 공단이 매년 11월에 자격 요건을 심사하고, 권리 구제 기간에 해당해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한 사안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당시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이 후보자는 방송출연이나 고문 등의 계약 기간이 끝나(해촉) 피부양자 요건에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은 부부 중 한명이라도 종합소득 합계액 연간 3400만원 또는 사업소득 합계액 연간 500만원 등을 넘어서면 부부 모두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했는데, ‘다목’의 예외조항 덕분에 이 후보자의 소득이 기준치를 넘어섰음에도 건보료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후보자는 2019년 사업 소득을 1267만원, 2020년 종합소득 7067만원으로 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시행규칙의 ‘다목’은 ‘폐업’만 하면 신고 기간 이전에 막대한 사업 수익이 있었어도 건보료 부담이 없어지는 탓에 이를 ‘절세’ 수단처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막대한 소득을 올리다 건강보험 자격취득 심사 때 폐업을 하거나 해촉을 해 건보료 납부를 회피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 9월 제도를 변경한 상태”라고 했다.
특히 이 후보자가 2019년 11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재건축 아파트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은 후 이 변동 내역이 반영돼 건보료가 크게 상승할 예정이었던 2020년 12월에 피부양자 자격을 얻었다는 점에서 건보료 회피 시도가 아니었냐는 의심이 불가피하다.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 자동차에도 건보료가 매겨진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의 해명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건보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무임승차’했다는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며 “자료제출 거부로 인해 의혹이 투명하게 해소되지 않는다. 이 후보자가 떳떳하다면 종합소득세 신고항목의 세부내용과 건강보험 자격 획득 관련 자료를 충실히 제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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