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거행된 고 채아무개 상병 영결식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군복)과 이종섭 국방부장관 등이 참석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해병대사령부 제공
국방부 검찰단이 고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수사를 즉각 보류하고, 경찰로부터 회수한 수사자료 일체를 재이첩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이 나왔다. 인권위에 설치된 군인권보호위는 현행법에 따라 이번 사건 수사에 직접 입회해 과정을 지켜봤다.
김용원 인권위 군인권보호관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검찰단은 현재 경찰로부터 회수해 보관하고 있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 일체를 남김없이 곧바로 경찰에 다시 이첩해야 한다”며 “만일 국방부 검찰단이 즉시 경찰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자료를 보내지 않는다든가, 수사자료 중 일부를 취사선택해 선별적으로 경찰에 보내는 경우 사건의 축소, 은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설치된 군인권보호위는 인권위법에 따라 군 장병 사망 시 관련 수사에 입회할 수 있다. 김 군인권보호관은 “사건 발생을 접한 즉시 법에 따른 입회 결정을 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과정 전반을 면밀히 살펴왔다”고 설명했다.
경북 예천에서 호우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고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장 ㄱ대령은 지난 2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은 수사자료 일체를 군사법원법에 따라 경철에 이첩했다. 이 자료에는 채 상병 소속의 부대지휘관들 중 일부의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문서가 포함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첩 자료에 구체적인 혐의를 적시하면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보류 지시를 내렸고, 그럼에도 ㄱ대령이 이를 어기고 경찰에 자료를 이첩했다며 ㄱ대령과 수사관계자들에 집단한명죄, 직권남용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을 적용해 수사를 개시했다. 경찰에 이첩한 자료도 다시 회수했다.
김 군인권보호관은 “해병대 수사단장 등에 대한 해병대의 보직해임 절차 진행과 집단한명죄, 직권남용죄 및 비밀누설죄 등에 대한 수사는 즉각 보류돼야 한다”며 “수사 결론이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군사법경찰 관계자의 보직을 해임하거나 직권남용죄 등으로 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군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