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미국 사례를 참고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에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엄벌주의’ 경향과 교정 비용만 키웠을 뿐 범죄 예방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 비판이 나온다.
7일 <한겨레>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예외적인 형사사법 체계를 가진 ‘중형주의 국가’ 미국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우리 상황에 맞는 형벌의 효과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미국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 엄벌주의 따라 하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범죄를 무겁게 처벌하지만 인구 대비 강력범죄가 우리나라보다 많아 모범사례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사형제 폐지 흐름과 중대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분위기가 커지면서 미국 각 주에서 ‘영원한 구금’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49개 주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운영한다. 유럽 의회가 “무기수들이 항상 사회에 위험한 존재로 남아있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며 회원국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폐기를 권고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21년 기준 미국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5만6천명에 이른다. 전체 수형 인원 28명당 1명꼴이다.
미국 사회 특유의 보수적 정치문화와 엄벌주의 경향을 타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적용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처음에는 ‘사형’의 대체형벌로 도입됐지만 오늘날에는 사형 대상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에도 적용된다. 이덕인 부산과기대 교수(경찰경호과)는 “미국 사례를 보더라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도입되면 ‘사형만 아니면 괜찮다’는 식으로 사형만큼 잔혹한 형벌을 쉽게 선고하는 엄벌화 분위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1993년 워싱턴주부터 3회 이상 중범죄를 저지른 상습범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의무적으로 선고하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이제는 마약 운송이나 교통사고와 같은 비폭력 범죄에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된다. 캘리포니아주는 2번의 범죄가 강력범죄였다면 세번째 범죄가 경범죄여도 종신형 부과가 가능하다. 조지아, 메릴랜드, 테네시, 위스콘신 주 등에서는 18살 미만 미성년자에게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되곤 한다.
재범 가능성이 확정되지 않은 범죄자를 평생 사회로부터 격리하면서 미국은 ‘교도소 고령화’도 겪고 있다. 2020년 기준 55살 이상 종신형 수형자가 6만명이 넘는데, 이는 1981년 대비 44배 증가한 수치다. 55살 이상 수형자의 경우 일반 수형자와 견주어 구금비용이 2∼3배가량 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교도소가 과밀화되면 수형자 간 폭력이 더 자주 발생하면서 관리비용과 치료비용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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