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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에 총기 과감히 쓰라는 나라…면책범위 이미 최대치

등록 2023-08-07 17:43수정 2023-08-08 02:47

잘못된 신고로 중학생 체포당하다 부상
적법 지침 넘어선 과잉대응 유발할 수도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이은 흉기 난동 살인 사건에 시민들의 충격이 가라앉지 않자,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적극적으로 면책하겠다’며 경찰관의 과감한 총기 사용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런 주장은 ‘면책이 안 되어 경찰관이 총기 등 물리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한다. 이미 현행법은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를 집행 중이었다면, 적극 면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장 경찰관들에게 ‘물리력 행사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7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찰 물리력 행사에 정당행위·정당방위를 적극 검토해 적용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서는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 걸림돌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현행법은 경찰관에게 현행 법체계가 허용하는 최대치의 면책 범위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신설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범인 검거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에게 ‘고의·중과실’이 있을 때만 형사책임을 물린다는 뜻이다.

한 장관이 언급한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물리력 행사’는 모두 이 조항에 의해 면책된다. 설사 민사책임이 인정된다 해도 2018년 6월 경찰법률보험, 2020년 1월 공무원책임보험 제도 등이 도입된 뒤로는 경찰관 개인이 져야 할 부담도 상당히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경찰청장의 메시지는 자칫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 해도 면책하겠다’, ‘중과실이 인정되어도 면책하겠다’ 등으로 오독될 우려가 있다. 현장 경찰관들의 ‘선 넘는’ 과잉 대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강경 대응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난 5일 중학생이 흉기 난동 용의자로 지목돼 체포되는 과정에서 심한 상처를 입는 일이 발생했다. 이 학생은 이어폰을 끼고 조깅 중이었다. 윗선에서 강경 대응이 강조되면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에 의해 온몸을 다쳤다는 학생의 아버지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잘못된 신고로 인해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검거가 이뤄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까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다’며 울분을 토했다.

과거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일선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경찰력을 행사한다고 해서 형사처벌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면책시켜주겠다’는 건 아무 효과도 없다”며 “오히려 적법한 공무집행 관련 가이드라인 자체가 무너지거나 무시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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