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을 쓰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눈과 머리가 아픕니다. 콜을 끊고 쉬게 되면 흐름이 연계가 안 되기에 타이레놀 한 알과 커피를 마시고 일을 합니다. 약 기운 때문인지 두통은 없어졌지만 이번에는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립니다. 피크타임이 끝날 때 쯤 근처 쉼터나 비마트 근처로 가서 잠깐 휴식 후 다시 처음부터 반복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라이더유니온)가 3일 공개한 어느 배달노동자의 삶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가운데 대표적인 이들이 온종일 헬멧을 쓰고 뜨거운 열기를 견디는 배달라이더들이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이 서울 강서구 서울노동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10년차 배달라이더 박준성씨도 같은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배달라이더는 근무시간 내내 헬멧을 쓰기때문에 머리에서 열이 갇혀버려서 일반인 대비 온열질환으로 쓰러질 확률이 굉장히 높다”며 “폭염 자체가 자연재해 성격에 속하니 100% 대비는 못하겠지만 앞으로 명확한 기준점을 세워 대비하는게 옳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쪽은 기자회견에서 “폭염을 비롯해 폭우‧폭설‧미세먼지 등의 기상악화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배달노동자는 이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며 “기상악화로 인해 작업 중지를 해야 하는 상황에도 건당 수입을 버는 배달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은 폭염 등으로 작업 중지가 불가피한 상황을 일시적 실업상태로 간주해달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용보험에서 기후실업급여(가칭)를 도입해 작업중지 시간동안 통상 수입의 70%가량을 실업급여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한여름에도 주행 중 헬멧을 의무 착용해야 하는 만큼 아스팔트 복사열, 차량이 내뿜는 열기, 배달노동자들의 헬멧 등 안전장구 착용상황 등을 반영한 새로운 온열질환 예방기준 마련도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기상청의 기상특보 발효 때 이를 배달플랫폼과 연동해 플랫폼 업체가 자동으로 적합한 조처를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심 곳곳에 배달노동자를 비롯해 다양한 이동노동자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소규모 간이쉼터도 확대해달라는 입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일자리가 양극화되고, 점차 사라지는 시대. 많은 노동자들이 배달과 같은 플랫폼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무용지물 폭염대책을 당장 바꾸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3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배달라이더 산업재해 예방 및 생활 안정을 위한 기후실업급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