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제일회관에서 장성급이 예약할 경우 세팅하는 별 모양 냅킨 사진. 군인권센터 제공
육군 9사단 지휘부의 복지회관 ‘호화 파티’ 의혹이 제기된 뒤 육군이 실태 점검에 나선 가운데, 육군 1군단 소속 복지회관 관리관이 병사들의 입을 막으려 겁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곳에서도 지휘부는 ‘특별메뉴’를 자주 요구했는데 재룟값만 주고 일을 시켜 복지회관은 거의 수익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한다. 복지회관 수입금은 군 복지기금의 재원이 된다.
군인권센터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육군 1군단 소속 복지회관인 ‘광개토제일회관’에서도 최근까지 지휘관 갑질, 특혜 대우가 있었으며 회관 관리관이 회관병들을 상대로 폭행, 폭언을 일삼아왔다”며 “관리관이 회관병들을 입막음 시도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육군본부는 지난달 27일 실태확인팀을 편성해 각급 부대에서 운영하는 모든 복지회관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광개토제일회관에도 지난달 26일 군단 인사처장, 27일 육군본부 감찰인력이 각각 파견돼 이틀간 설문조사와 회관병 상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센터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복지회관 관리관은 군단 인사처장과 육군본부 감찰 인력이 도착하기 1시간 전 회관병들을 집합시킨 뒤 “우리는 걸릴 것이 없고, 이번 사건에 연루될 만한 것은 없다”며 입막음을 시도했다. 또 육군본부에서 설문과 상담을 마무리한 뒤에는 회관병 하나에게 “네가 나 찌른 것 아니냐? 찌른 것 같은데”라고 압박했고 “인사과에 물어보면 누군지 다 안다”며 겁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센터는 “부대 간부들이 침묵을 요구하고 사전 교육을 한 상태에서 조사에 임하게 한다면 누가 솔직하게 상황을 진술하고 설문에 응답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수조사는 육군에 맡겨 둘 일이 아니다. 국방부는 전군 회관 운영을 중단하고 현역, 전역자를 포함해 회관에서 발생한 부조리를 일제히 전수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지휘관의 갑질 및 특혜 대우가 있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군단장 등 고위급 간부들은 자신의 손님이 오면 광개토제일회관 병사들에게 메뉴판에 없는 복어지리탕, 꽃게탕, 낙지탕탕이, 전복샐러드, 장어 등을 내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회관에서는 팔지 않는 막걸리, 와인 등 주류도 지휘관의 요구에 따라 준비해뒀다. 장성급이 예약할 경우 빨간 냅킨을 별 모양으로 접는 ‘특별 세팅’이 이뤄지기도 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지휘부가 없는 메뉴를 주문하면서 병사들에게 재룟값만 주고 일을 시켰다. 복지회관 수익은 복지기금으로 가는데, 여기 갈 돈을 본인들 싸게 먹는 데 돌려쓴 셈”이라고 지적했다.
육군은 의혹에 대해 “실태확인팀이 전 부대를 대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입막음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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