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이 28일 “대통령도 관심을 안 가져주는데 청주시나 충북지사가 저희한테 관심을 가져주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은경 오송 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희생자분들이 정말 억울하게 운명을 달리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문 이런 거는 중요하고 그건 중요치 않나 보다”며 “못 지켜줬으면 사죄의 말씀이나, 와서 저희에게 관심을 더 가져줘야 하지 않냐”며 이렇게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6일 충북도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최 공동대표는 “당시 협의회 창립식 기자회견 중이었고 기자분들에게 (이 장관이) 왔다 간 걸 (듣고) 알았다”며 “이 장관이 유가족들을 만날 마음만 있다면 충분히 만났을 시간이 있는데 저희는 이 장관이 오는 것조차도 몰랐다”고 말했다.
오송파출소 앞에 지난 27일 응원 화환이 늘어서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들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오송파출소에 각 지역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 직협) 명의의 화환 30여개가 배달된 것을 두고도 유감을 표했다. 최 공동대표는 “아직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고 수사 중인데 뭐가 그렇게 억울하냐, 유가족보다 더 억울하냐”며 “(현장 경찰관들을) 응원할 수 있다. 그런데 화환은, 사랑하는 가족들 잃었을 때 (보내는 게) 근조환”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장 경찰관에게만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경찰 직협의 주장에 대해서도 “꼬리 자르기 식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일단은 출동을 안 했거나 잘못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지 않냐”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 중에서 어제(27일) 그걸 보고 오송파출소에 한 분이 갔는데 ‘이거(화환) 치우라’고 했더니 (유가족이) 온 걸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협의회는 26일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이날까지 예정됐던 합동분향소 운영 기한을 다음달 23일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공동대표는 “(충북도 쪽은) 수해복구와 원인 규명에 총력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부분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얘기하는데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그냥 빨리 눈앞에서 안 보이게 하려고 하는 핑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영환) 지사도 ‘일찍 갔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막말을 한 적이 있는데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고 나서 도 관계자와 만나는 자리에서 합동분향소가 많이 알려질 수 있게 플래카드를 걸어 달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해당 관계자분이 ‘민원실에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지만 조문하는 사람은 몇명 안 된다’(고 말했다)”며 “그게 유가족한테 할 말은 아니지 않냐”고 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