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9사단 ‘백마회관’에서 사단장 및 사단 지휘부만 주문할 수 있는 양식 코스 메뉴 사진. 군인권센터 제공
육군 9사단 지휘부가 ‘16첩 반상’과 직접 만든 디저트를 병사들에게 요구해 논란이 된 부대시설 안에서 관리관(부사관)의 폭행 사건도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인권센터는 “관리관이 사단 지휘부의 갑질을 따라 하며 회관병의 과로도 아랑곳하지 않고 업무를 늘렸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육·해·공군에 관련 실태를 확인한 뒤 후속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9사단 ‘백마회관’에서 관리관이 회관병들을 폭행하고 괴롭혀 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마회관은 부대원 복지시설로, 관리관 1명과 회관병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센터 설명을 종합하면, 평소 관리관은 플라스틱 도끼 장난감을 들고 망가질 때까지 회관병들을 때리고 다니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고 한다. 짜증이 난다며 플라스틱 파슬리 통으로 병사의 머리를 때리고, 훈계하던 중 신발을 날려 한 병사가 얼굴을 맞은 적도 있다고 센터 쪽은 주장했다.
관리관이 성희롱한 것도 여러 번이라고 한다. 한번은 관리관이 회관병들과 식사를 하다가 고추를 집어 들더니 한 병사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센터 쪽은 전했다.
주 68시간 이상을 격무에 시달리던 회관병들이 ‘일반 손님 예약을 적게 받을 것’을 건의하기도 했는데, 관리관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면 처벌받으면 된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휴무일에 지휘부 주관 모임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출근해 조리하는 날엔 “출근한 김에 영업하자”며 종일 근무를 시켰다고 한다.
그러면서 관리관은 근무 시간에 가족과 지인을 불러 고기를 구워 먹었고 점심 영업시간을 넘기며 지인들과 식사를 하곤 뒷정리는 모두 회관병들에게 맡겼다고 한다. 자신의 아들 생일에 수제 티라미수를 만들어오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센터는 “과로 호소를 무시하고 일을 계속 늘리고 걸핏하면 폭언과 욕설, 심지어 폭행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회관병들을 소모품 정도로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사단 지휘부가 회관을 전용 술집처럼 이용하고 회관병들을 종 부리듯 하니 관리관도 그걸 흉내 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와 육군은 즉각 실태 파악에 나섰다. 육군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육군본부 차원에서 먼저 실태확인팀을 편성해 오늘부터 각급 부대에서 운영하는 모든 복지회관에 대해 회관관리병 등 운영인력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수렴하는 등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논란이 된 부대의 경우엔 육군본부 감찰인력이 해당 부대의 전반적인 복지회관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육군은 “(폭행 등) 추가로 제기된 사항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방부 차원에서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육·해·공군에 대한 실태를 확인한 후에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강신범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