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26일 오전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 오그래미 마을 산사태 피해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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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헌법재판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이태원 참사 대처가 부적절했지만, 탄핵사유는 아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형 참사가 탄핵 사유로 처음 등장한 건 8년여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가 처음이다. 당시 헌재는 박 대통령 파면하면서도 ‘세월호 참사’는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부적절한 재난 대처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일까.
2017년 3월 헌재는 재판관 8인 전원일치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파면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생명권 보호의 의무와 직책 성실수행 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헌재는 박 대통령에게 ‘국가가 국민 보호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경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미흡한 사후 대응’만 탄핵소추 사유가 됐다. 반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만으로 탄핵소추된 이 장관은 △사전 예방조치 △사후 대응 △사후 발언이 모두 탄핵소추 사유가 됐다. 하지만 이 장관에게 재난안전법·재난안전통신망법 등의 여러 의무는 인정하면서도, 법률 위반은 없다고 헌재는 결론지었다.
결국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재난안전 콘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안전부의 장관은 구체적 의무 유무에서 차이가 있는 셈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행위의무는 없다고 보고 이 장관에게는 구체적인 의무들이 있다고 봤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에서 헌재가 세월호 참사 부분에 대한 판단을 회피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은 다른 견해를 보였다. 박 대통령 심판 당시 헌재 보충의견(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국민의 생명, 신체를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인정했다. 보충의견은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보충의견은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 정상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면서 불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 사고 발생 사실을 30분 이상 늦게 인식했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도 7시간이 지나 중대본을 방문하기까지 관저에 계속 머물면서 원론적인 지시만 내렸다는 점을 꼬집었다. 하지만 두 재판관도 파면사유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장관 탄핵심판 사건의 별개의견(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도 ‘이 장관을 중심으로’ 구조활동을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이 장관의 대응이 늦었던 점,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운전비서를 기다려 출발한 결과 현장지휘소에 105분 늦게 도착한 점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별개의견 역시 “사후대응과 일부 발언이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기는 하나 파면할 사유라고 볼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