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무차별 살인 사건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신림동 흉기 난동’ 피해자 유족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글을 올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의 사촌형이라고 밝힌 김아무개씨는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제 동생이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서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해자에게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고인은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온 인물”이라며 “피의자는 이런 착하고 불쌍한 제 동생을 처음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고 했다.
김씨의 청원 글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고등학교 3학년일 때 암투병을 하던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일 앞둔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어머니의 빈소를 끝까지 지키며 당시 중학생이던 남동생을 위로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이후 서울에 있는 꿈꾸던 대학에 합격했고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고인의 아버지는 일 때문에 외국에 멀리 나갔고 남겨진 가족은 동생뿐이었다. 고인은 아버지 사업이 어렵게 되자 대학 입학 때부터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최근엔 알바까지 하며 동생을 챙겼다”며 “(사망한 당일) 신림에 간 이유도 생활비를 덜기 위해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에 간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피해자가 “정말 착하고 어른스러웠다”고 기억했다.
김씨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마저 잃은 고인의 어린 동생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를 절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 한다”며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적었다.
현재 김씨의 청원은 100명의 사전 동의를 얻어 곧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2시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조아무개(33)씨가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했고, 1명은 생명이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23일 구속됐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