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영상이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면서 피해자들과 유족에 대한 2차 피해 우려가 나온다. 경찰은 범행 영상을 반복적으로 게시·유포하는 사람에 대해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보면, 조아무개(33)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다가 경찰에 검거된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고 있다. 조씨 범행으로 1명이 숨졌고 3명이 다쳤다.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목격자들이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들을 보면 조씨가 행인에게 다가가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조씨에게 갑자기 공격을 당한 행인이 저항하던 모습까지 고스란히 보인다.

흉기를 숨기고 태연하게 걷던 조씨가 비슷한 수법으로 다른 행인들을 공격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흉기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다가 건물 계단에 걸쳐 앉은 조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영상에는 “열심히 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는 조씨 음성도 뚜렷하게 들린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하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영상이 너무 잔인하고 고인의 가족분들도 계속 보면 안 좋을 것 같다. 모방 범죄도 우려된다”며 기존 영상을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으로 대체해달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어린 친구들도 볼 수 있고 피해자 가족들도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다”며 “영상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온라인에서도 “정말 가족들이 보면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가족이라면 전 못 살겠네요”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유족과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는 범행 영상의 무분별한 유포·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하겠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모니터링하며 범행 영상을 반복적으로 유포·게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행위 등이 확인된 경우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영상이 반복적으로 게시되는 온라인 게시판 등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위원회에 삭제·접속 차단을 의뢰할 방침이다.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영상을 메신저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는 한편, 유족과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피해자보호팀을 구성했으며, 임시숙소 제공·장례비·치료비·생계비 지원·심리상담 등을 통해 피해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상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조씨는 ‘어떤 점이 그렇게 불행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제 모든 게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어서 잘못한 일을 한 것 같다” “저는 그냥 쓸모 없는 사람이다” 고 답했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를 나왔던 그는 “범행을 왜 저질렀느냐”는 질문에 “너무 힘들어서”라고 답한 뒤 “죄송하다”를 되풀이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