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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사를 지켜달라”…학교 담장 따라 200미터 추모 행렬 [영상]

등록 2023-07-20 18:01수정 2023-07-21 14:42

서초구 초등학교 앞 추모 발길 이어져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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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서 교사가 학생한테 폭행 당한 사건에 이어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와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장 교사들이 집단적인 추모에 나섰다.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악성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던 자신들의 경험을 투영하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20일 서초구 학교 앞엔 수백개의 추모 화환과 추모객 수백명의 발길이 이어졌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시교육청 앞에도 추모 화환 300여개가 놓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추모 열기에 교육 당국은 교권 보호 법안을 챙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오후 1학년 담임 교사가 숨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는 추모객 300여명이 학교 담장을 둘러 200여m 넘게 줄을 섰다. 대부분 검은 옷을 입고 손에는 하얀 국화를 들었다. ‘동료교사 일동’, ‘선배 교사’ 등의 명의로 도착한 근조화환도 500개가 넘었다.

젊은 교사의 죽음은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현장 교사들의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이들은 고인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마음 아파했다. 추모객 중 한명인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35)는 “나도 매년 어떤 반을 맡게 될지 노심초사해한다. 학부모들이 교사를 향해 험한 말로 민원을 제기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없다. 교사들은 항상 그런 민원을 받는다”며 울먹였다.

추모 행렬에 동참한 8년차 초등학교 교사 장아무개씨도 “교사들은 항상 (학부모로부터) 신고 당할 수가 있다. 마치 교통사고와 같다. 신고를 당해도 도움받을 곳은 없고, 교육부는 학부모 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가능하면 빨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날 이 학교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서울교사노동조합(서울교사노조)은 ‘학부모와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사노조는 “해당 교사가 최근 벌어진 학교폭력 사건으로 학부모의 항의를 받아 힘들어했다”며 “‘최근 알 수 없는 경로로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가 수십통 전화했고, 이에 고인이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폰 바꿔야겠다’고 말한 적 있다’는 동료 교사의 제보도 추가 접수했다”고 발표했다.

경찰과 학교는 ‘학부모와 갈등설’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 관계자와 유족, 학부모 등을 조사했으나, 현재까지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학부모와의 갈등 등의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ㄱ씨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해당 초등학교 학교장은 이날 통신문을 내고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됐다”며 “고인의 담당 업무도 (커뮤니티에 떠돌던 것처럼) 학교폭력 업무가 아니었다. 해당 학급에선 올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이 없었다”며 학교 책임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고인의 삼촌은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카가 직장인 학교에서 생을 마쳤다는 것은 자기 죽음을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게 있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은 옳지 않고, 고인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의 문제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의 분노 여론이 거세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교육당국의 수장들은 일제히 국회에 계류된 교권보호 법안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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