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발생 원인에 대해 상당수 학생이 ‘장난이거나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답하는 등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간과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연구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22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17일 보면,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5만4514명을 대상(응답자 13만2860명)으로 한 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이 2113명(전체의 1.6%)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생이 1503명(2.9%)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516명(1.0%), 고등학생 94명(0.3%)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교 기준으로 성별을 따졌을 땐, 남학생 1359명(전체의 2.0%), 여학생 754명(1.2%)였다.
학교 폭력으로 힘겨워하는 학생 수 자체가 많을뿐더러 피해 학생이 폭력을 경험하는 빈도를 봐도, ‘거의 매일’이라는 응답이 21.4%에 이를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특히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이런 성향이 강해서 피해 고교생 가운데 ‘거의 매일 학교 폭력을 당한다’고 답한 비율이 32.0%에 이르렀다. 같은 대답을 한 중학생 비율은 23.6%, 초등학생은 20.0%로 낮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가해자가 ‘같은 반 학생’이란 응답이 셋에 둘(68.3%) 꼴로 나타나 학교폭력이 일상적이면서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69.1%(중복 응답 가능)로 가장 많았다. 신체 폭력(27.3%)이나 집단 따돌림(21.3%), 사이버 폭력(13.9%)을 비롯해 성폭력(9.5%) 등 심각한 상황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 학교 폭력은 왜 생기는 걸까? 학생들이 ‘학교 폭력 발생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가 없다’(66.4%)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 발생 이유를 최대 9개까지 꼽으라고 했는데, 강해 보이려고(54.5%), ‘화풀이나 스트레스 때문에’(44.8%),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42.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교육청이 진행한 조사로, 지난해 9월19일부터 10월18일까지 이뤄졌다.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목적은 학교폭력 실태 파악과 예방 등을 목적으로 하며, 질문은 학교폭력 발생 원인과 과정에서의 심리적・정서적 요인을 살펴볼 수 있는 문항으로 구성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학교폭력의 원인, 대책의 효과성 등에 대한 심층 분석을 통하여 학교폭력 대책을 수립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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