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허위보도를 했다”며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13일 주 비서관이 뉴스타파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뉴스타파는 2019년 9월 ‘죄수와 검사’ 연재 기사에서 검찰 출신 박수종 변호사가 금융범죄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 중인 주 비서관 등 현직 검사 7명과 수십 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여러 금융범죄 연루 의혹이 있는 박 변호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외압 행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주 비서관은 뉴스타파를 운영하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와 기자를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금과 정정 보도를 청구 소송을 냈다.
주 비서관은 2018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으로 일하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수사했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했다. 2019년 8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2022년 5월 대통령 비서실 법률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앞서 1심은 “주 비서관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2015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박 변호사와 통화 47번, 문자 31건 등 총 78건의 연락을 주고받은 점이 인정된다”며 “범죄 혐의자 혹은 수사피의자와 같은 기관에 근무 경험이 있는 검찰 출신 청와대 행정관 사이 상당한 횟수 연락이 이뤄졌던 사정은 그 자체로 관련 수사 공정성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정황”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정정보도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주 비서관이 박 변호사와 사건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엔 문제가 없으나, 주 비서관이 수사에 개입하고자 외압을 행사했음을 암시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정정보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외압 행사 사실이 있었는지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외압 행사 사실이 적시됐다고 볼 수 없고 (뉴스타파의) 주관적인 평가나 비판적인 의견 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외압 행사가 암시되었더라도 그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정정보도를 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언론보도법상 정정보도는 청구자(주 비서관)가 ‘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주 비서관)는 피고(뉴스타파)가 제출한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적 인물의 공적 관심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보도를 암시에 의한 사실의 적시로 평가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언론중재법에 의해 정정보도를 청구할 때, 그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않는는 것에 대한 증명 책임은 정정보도 청구자에게 있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주 비서관은 판결 뒤 “재판 과정에서 제가 수사검사와 일면식도 없고 수사팀과 별도 접촉하거나 청탁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밝혀진 것에 대해서 만족한다”며 “언론 자유의 보장 차원에서 의혹 제기가 완전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정정보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하고, 판결문 입수하면 검토 후 처리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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